• “(대화내용을)말하면 휘발유를 뿌리는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통합 문제를 놓고 격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 전 의장계의 핵심 의원인 김현미 박영선 의원이 지난 2일 노 대통령을 만났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2일 만남은 노 대통령이 이들을 청와대로 불러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날 대화는 약 3시간동안 진행됐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그러나 구체적인 대화내용에 대해서 일절 함구한 채 “(대화 내용을)말하면 휘발유를 뿌리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당시 자리가 노 대통령이 화해를 시도하는 자리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그러나 “(노 대통령이)왜 불렀는지는 짐작은 하고 갔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노 대통령과 정 전 의장이 가진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격한 언사가 오고갔던 직후인 데다가 노 대통령이 정 전 의장의 측근인 이들 의원들을 불러 만났다는 점에서 이날 만남은 노 대통령이 화해를 시도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대화내용을)말하면 휘발유를 뿌리는 것”이라는 김 의원의 발언을 감안할 때, 당 해체 여부를 비롯 대통합 문제 등 정치현안 전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일방적인 의견 전달이 있었고 사실상 ‘최후통첩’ 자리가 아니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박명광 의원 등 정 전 의장의 핵심 측근 의원들은 대통합에 대해 “우리도 메시지를 내놓고 노 대통령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 2․14 전당대회 합의사항을 수용해 대통합으로 간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는 것인지 등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직접 분명한 입장을 내달라”는 의견이라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우리도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고 청와대의 입장을 받고 싶다”고 했다.

    이 측근은 ‘당 사수 쪽으로 노 대통령의 입장이 분명히 나타나면 바로 (정 전 의장이)결단을 내리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만약이란 가정 상황을 놓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날 정 전 의장측은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친노 인사가 주축이 돼 지난달 27일 공식 발족한 노정부평가포럼의 해체를 촉구하면서 또다시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