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의 충청권 의원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충남 공주 출신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으로, 당초 정치구상이 일거에 흐트러지면서 수심에 가득찬 표정들이다.

    당장 연말 대선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대선 직후의 총선이 걱정인데, 막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한결같이 연신 “곤혹스럽다”는 말만 내뱉고 있다. 걱정은 한 가득이지만 그렇다고 뭘 할 있는 여건도 아니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일단 범여권의 충청권 의원들은 총선을 대비한 ‘전투모드’에 돌입한 상황이다. ‘지역구 다지기’만이 혼란한 작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모 의원의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은 썰렁하다 못해 한기까지 느껴진다. 총선을 대비한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베테랑 보좌관’들이 지역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의원실을 총괄하는 보좌관의, 상주나 다름없는 지역구 일정으로 생긴 공백탓에 의원의 본연의 업무인 입법활동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또 다른 의원실은 지역 사무실 인력을 대거 보강한 상태. 의원회관 사무실 인력까지 차출해 가면서 지역구에 대거 투입한 것.

    이와 관련,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대선준비를 겸해 총선 준비도 하는 것 아니냐”면서 “힘들어도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지역구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심적인 고민은 여전하다. 대선과 총선의 시간상 일정을 볼 때, 대선바람이 총선에도 불어닥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자칫 그간의 노력이 일순간 바람에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의원측은 “이명박보다 박근혜가 더 무섭다”면서 “박근혜는 바람이 한번 불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도리가 없다. 그럴 경우 충청은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타 지역보다 오히려 충청권이 더 클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범여권 안팎에서는 일부 충청권 의원들이 ‘한나라당행(行)’을 타진하고 있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 과거 관계가 있는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등의 말들이 나돌고 있다. 여의치 않은 현재의 상황 타개를 위한 충청권 의원들의 물밑움직임이 불가피한 모양새다. 

    한편, 정대철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은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운찬 대타’를 찾아봐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충청 출신으로 좋은 후보감이 있다고 해서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