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 보궐선거 참패 후 내홍을 겪었던 한나라당이 수습 국면으로 들어가는 듯 했지만, 내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새다. 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으로 강재섭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줬으나 김형오 원내대표는 "전국위원회를 즉각 소집해 강 대표의 당 쇄신안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강 대표와 두 대선주자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김 원내대표는 강 대표의 '당 쇄신안'과 관련, "전국위를 즉각 소집해서 이 쇄신안에 대해서 당원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며 "쇄신안이 힘을 받으려면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동의와 신뢰를 받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이(동의가) 없으면 힘 없는 쇄신안으로, 힘 없는 지도부로서는 이를 밀고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 대표에게 '후보 관리 철저히 할 것' '중립을 지킬 것' '앞으로 공천과정에 일체 개입하지 말 것' 등 세 가지를 주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강 대표는) 이 사태에 대해 가장 책임선상에, 책임의 중심에 있다"면서 "강 대표는 당의 중심을 하루속히 잡아야 되고 그런 의미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후보의 당이 아닌 당의 후보로서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라"며 "8월 19일(경선일)까지는 당이 중심이 되고 주축이 돼서 후보를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아직도 일부 언론에서 강 대표를 '친박' 성향이라든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빚을 졌다든지 이런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서 강 대표는 생각하는 바가 있어야 될 것"이라면서 "이런 말, 이런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은 본인한테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 대표가 당원과 국민, 언론이 볼 때 철저히 공정하고 중립적·독자적 입장에서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에 문제가 야기된 것 중에 한나라당 공천과정에 강 대표가 개입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진위(여부)를 떠나서 강 대표는 앞으로 공천과정에 일체 개입해선 안 된다"면서 "이번 보궐선거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 '발가벗는' 입장에서 철저히 자체분석한 백서를 여의도연구소를 중심으로 해 만들어 제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빅2'를 향해서도 한 마디씩 조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전 시장에게는 "전당대회 체제의 골격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했고, 박 전 대표에게는 "검증은 해야 되지만, 검증이란 이름으로 네거티브식, 상대방 흠집내기식 비방은 삼가야 한다. 주변 참모들도 후보들을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풍토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두 사람 모두에게 "분명한 것은 (둘 중 누구든지)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하더라도 18대 국회 공천에는 어떤 대통령 당선자, (대선) 후보도 일체 관여해선 안된다"며 "지금 당내에는 '줄서기' '줄세우기' '눈치보기' '양다리 걸치기' 등 듣기 민망한 단어들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당선자나 (대선)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일체 (18대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 두 사람 간에 양자회담을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강 대표와 내가 함께 하는 4자회담을 제안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