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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일자 오피니언면에 인천대 교수인 조전혁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가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 4월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초·중등 교원에 이어 대학교수들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6월 중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만약 이 법안이 합의대로 처리된다면 초·중등 학교에 이어 대학도 노조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을 것이 분명하다.
교수노조 문제는 그동안 대학사회 내부에서도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직접 이해(利害)당사자인 대학교수들도 노조 설립의 당위성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학생과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는 최근 학생과 국민을 대상으로 교수노조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대학교수들의 노조 조직과 활동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긍정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은 결코 대학교수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을 통해 보호받아야 할 만큼 약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교수노동조합이 허용된 서구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대부분의 대학에서 총장을 직선(直選)으로 선출하거나 교수들이 주요 보직을 독점하는 등 교수의 권익을 보호할 충분한 장치를 가지고 있다.
나아가 거의 모든 대학에서는 대학교수회 또는 교수협의회가 결성되어 교수들이 대학의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할 통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개정된 사학법에 따라 국·공립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수의 신분과 지위가 취약했던 사립 대학에서도 교수 중심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가 재단이사의 1/4 이상을 사실상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교수의 권한이 ‘필요 이상으로 충분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학교수들은 초·중등 교원과는 달리 정치적 활동이 자유롭다. 교수노조가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인 조합원들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에만 활동을 제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러한 점은 현재 법외 단체로 있는 ‘전국대학교수노동조합(이하 전대노)’의 강령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대노는 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정치행위나 교육정책에 대한 개입에 나설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전교조 저리 가라 할 막강 전투력(?)의 ‘빅 브러더’ 교원노조가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들은 갈수록 치열해가는 지식 경쟁과 학령(學齡) 인구의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전대노는 교수노조를 통해 대학을 개혁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변한다. 현 정부 들어 우리는 한전 등 공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장기간 엄청난 예산을 들여 준비한 민영화 프로그램이 노조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노조는 어떤 명분을 내걸어도 ‘이익집단’일 뿐이다. 교수노조가 민주화와 개혁을 주장하려면 지금처럼 법외 사회단체로 남아 있는 것이 옳다.
교수노조가 법제화된다면 글로벌 지식경제의 첨병이 되어야 할 대학의 경쟁력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 그리고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지금까지 교수노조에 대한 논의는 ‘극히 일부의 교수’들과 또 ‘극히 일부의 정치인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졌다. 따라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합의된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불량 법률’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교수뿐만 아니라 일반국민·학부모·학생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여 교수노조 법제화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