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26일 4·25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두고 150분간 22명의 의원들이 격론을 벌였다. 결론은 최고지도부에서 내리기로 했지만 150분간의 의원총회를 끝내고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지도부 역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최고지도부는 일단 주말 당 분위기의 흐름을 파악한 뒤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재섭 대표는 "주말 동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 대표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의원들간 이견차가 커 후유증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의총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지도부 사퇴론'을 놓고 찬반 격론이 벌어졌지만 양쪽 모두 가장 큰 원인을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두 유력대선주자의 세경쟁에서 찾았다.
그래서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주자는 국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소한 일로 이전투구하지 않겠다' '매머드급 대선캠프를 차리지 않겠다'는 결의를 해야한다"(남경필 의원) "빅2 캠프는 의전을 담당하는 의원을 빼고 모두 당에 복귀시켜야 한다"(임태희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지도부 총사퇴'와 '박근혜·이명박 두 주자의 대국민 사과'등은 지엽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더 크다. 당내에서는 어떤 결론을 내리든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주자의 세경쟁을 막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이방호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하는데 양쪽(박근혜·이명박)에 다 오염돼 들어갈 사람이 없다"고도 했다.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당 선거전략의 허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4·25보궐선거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고 열린우리당이 민주당 국민중심당 무소속 후보 뒤에 숨어 유권자의 눈을 혼란시켰다. 그랬더니 50%의 당 지지율도 합의 70%가 넘는 박근혜 이명박 두 유력대선주자의 지지율도 소용없었다는 것이다.
12월 대선구도 역시 이같은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당장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을 어떻게 선거에 끌어들일지를 두고 고민해야하는 '엉뚱한' 상황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이같은 고민이 여과없이 표출됐다. "당 해체도 검토해야한다"(이원복 의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섣불리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 당내에서는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간 세력이 흩어져 각자 활동하다 후보단일화 등을 통해 다시 합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악의 상황이라는 가정을 붙였지만 당 관계자들은 "가능성이 없는 카드는 아니다"고 말한다. 의원들도 "말로만 새롭게 하자고 하면 뭐하냐. 맨날 똑같은데…"(한 재선의원)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지도부 사퇴나 당 쇄신운동 갖고는 정권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선거구도상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고 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주장이다.이원복 의원은 이번 선거 실패 원인을 "한나라당이 단독드리블을 해 중앙을 돌파해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만감에 빠져 반한나라당 세력이 나올 수 있게 한 것이 원인"이라며 "지금도 반한나라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극좌파를 배제한 범중도세력을 모아 역대통합을 해 적극 대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의원도 "15, 16대 대선에서 실패한 것은 다른 세력을 껴안지 못하고 다른 세력에 포위됐기 때문"이라며 "지금 한나라당내에서 싸우고 분열하고 다른 세력을 껴안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안 의원은 "대선전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빠지면서 전선구축이 어렵게 될 것"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 어떤 후보도 당에서 뛸 수 있게 해야하고 뉴라이트나 국민중심당도 같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도부 총사퇴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전재희 정책위의장 역시 "선거구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을 보면 새인물 새세력의 영입이 필요하다. 제3의 주자도 한나라당의 후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전여옥 의원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당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의원들 스스로 입을 모으지만 정작 토론에 들어가면 논란 거리가 하나씩 더 증가하는 데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 거취문제와 향후 당 진로를 두고 토론을 진행했지만 '경선룰'의 원점 재검토 주장까지 제기됐다. 40연승 뒤 1패가 한나라당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고 해결방안을 찾기도 매우 힘든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