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런 핵해결 없이 마치 핵해결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어중간한 핵해결'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의 바람'이 불며 남한은 분열되고 있다"고 북핵전문가인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이 말했다.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가비상대책협의회(의장 김상철)는 '2·13합의 중간평가 긴급토론회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 연구원은 북핵과 관련,현재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 대로 정세가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네가지다. ▲당장 핵포기를 거부하고 핵개발에 복귀함으로써 국제제재가 재개되는 것 ▲ 완전한 핵포기를 받아들이면서 많은 반대급부를 챙기는 것▲핵해결을 하는 것처럼 꾸미는 어중간한 핵해결을 허락하며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챙기는 것 ▲핵포기와 함께 개혁개방 및 체재개선 수용 등이다. 그는 네가지 시나리오 중 북핵해결을 가장 어렵게 하는 '어중간한 핵해결만 허락하면서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받아내는 시나리오'가 진행중이라며 "북한은 핵해결을 피일차일 미루면서 원하는 것만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게임의 최대 승자는 김정일"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 핵게임의 최대 승자는 김정일"이라며 "북한은 정면돌파와 버티기로 결국 체면과 실리를 모두 챙기게 됐다. 반면 미국은 중동사태에 쫓겨 결국 북핵사태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미국은 그동안 주장했던 '직접대화불용' '나쁜행동에 대한 보상 불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해체)이외의 타결 불용'원칙을 모두 포기해 버렸다.남한은 정치적으로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김정일이 원하는 평화의 바람이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원하는데로 보수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김 연구원은 북한이 선택하고 있는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평화의 바람'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북한이 핵해결을 하는 것처럼 꾸미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평화의 바람'은 당연히 긍정적인 변화지만 문제는 아무런 핵해결 없이 북한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며 "평화의 바람이 대세가 되면서 남한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북미간 대화로 한국 국민은 전쟁도 없고 주한미군도 필요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으로 믿게 만들었으며 그동안 미국과의 동맹을 중요시했던 우파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가 정치적으로 한수 위다. 기회주의 보수인사를 끌어들여"
김 연구원은 이어 대선정국에 북핵이 해결되고 있다고 망각하는 사이 보수의 위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진보가 보수보다 정치를 잘한다"며 "평화의 바람을 타고 진보는 분쟁협격하고 있다. 즉 따로 싸우면서 결국 나중에 힘을 합쳐 보수를 이기려고 들 것이다. 진보는 이를 위해 평화의 바람을 이용하고 있다. 야당과 보수는 대세에 못이겨 분란이 일고 있으며 기회주의적 보수인사들은 진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보수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에게 있어 부시 대통령의 급선회는 그 자체가 반란이었다"며 "지금까지 반미운동의 토양이 돼왔던 개혁세력이 미국의 대북접근 정책에 찬사를 보내는 중에 한미 동맹을 수호하기 위해 애써온 보수세력이 미국을 비난하는 역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역반미감정 현상이다. 이런 현상들은 북한에게 있어 즐기거나 악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3T 전략에 맞서 3P로 대응해야"
한편, 그는 "가장 이상적인 북핵해결 시나리오인 '북한의 핵포기와 함께 개혁개방 및 체제 개선 수용'을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북한이 민주화되고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면 그런 체제는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을 이유가 없으며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가질 필요도 없다. 이것이 항구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함께 북핵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3P 경계(Precaution) 인내(Patience) 신중(Prudence)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은 3T 시간조절(Timing) 속도(Tempo) 조건(Term) 전략으로 성공적으로 북핵문제를 이끌어 왔다. 적절하게 밀고 당기면서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들의 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인내하면서 장기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