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네티즌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노무현 대통령의 데스노트(Death note·일본 만화책에서 따온 것으로 노트에 이름이 적히면 죽는다)'.

    이는 노 대통령의 신년연설 한 장면을 패러디 편집한 동영상으로, 마지막 장면에선 노 대통령이 데스노트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적고 또 문화일보에 연재되는 소설 '강안남자'를 쓴다. 참여정부와 조중동과의 관계, 그리고 지난해 청와대가 '강안남자'의 선정성을 문제삼아 문화일보를 절독하는 사건을 꼬집은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또 다른 의미의 '노 대통령의 (대선주자 대상) 데스노트'가 주목된다. 

    ◆ '노무현 대통령 17대 대선 데스노트'에 고건, 손학규, 정운찬(?)

    17대 대선과 관련, '노 대통령의 데스노트'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고건 전 국무총리. 노 대통령이 작년 12월 21일 민주평통자문위 상임위원회에서 "고 전 총리는 실패한 인사"라고 직격탄을 날린 후, 고 전 총리가 바로 다음날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며 자기부정"이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노 대통령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나를 공격하니 참으로 유감스럽다. 사과라도 해야할 일"이라면서 치고 빠지자 이후 고 전 총리는 이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지율 1위를 달렸던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결국 '대선 불참'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정가 안팎에선 "현직 대통령이 누군가를 대통령되게 할 순 없어도, 못되게 '고춧가루' 뿌릴 수는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다음 타자는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다. 손 전 지사 탈당 직후, 노 대통령은 "보따리 장수처럼 정치해선 안된다"며 손 전 지사를 정조준했다. 이에 손 전 지사는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당을 만든 노 대통령이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맞받아쳤다. 

    노 대통령의 '보따리 장수' 발언이 나온 뒤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부추겼던 범여권 진영조차 손 전 지사와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으로 변했다. 아직 손 전 지사가 고 전 총리처럼 '중도 하차'를 선언하는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았지만 노 대통령이 손 전 지사의 운신 폭을 좁혔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한 '3불정책(대학의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불가정책)'과 관련해, 정 전 총장이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자 노 대통령이 "폐지 불가"라고 받아치며 각을 세운 것.

    손 전 지사와 정 전 총장의 '데스노트'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노 대통령의 '데스노트'가 고 전 총리에 영향을 미친 데 이어 어떤 힘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