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14일 경선 룰을 둘러싸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을 향해 "경선준비위원회가 결정을 내리기엔 시간이 지났다"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는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원희룡 의원 측의 경준위 불참과 관련, 남 의원은 "경준위에서 룰을 만들어내라고 미루는 건 이젠 지났다"며 "경준위는 이미 시한을 넘기면서 경준위의 결정이 내려지기 힘들겠다는 정치적 판단은 끝났다"고 판단했다.

    손 전 지사의 경선 불출마 시사에 대해 남 의원은 "손 전 지사는 지금이 굉장히 고민스러운 시점일 것"이라면서 "(손 전 지사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두 거대후보에게만 초점이 맞춰지고 (자신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에 상당히 실망하고 괴로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손 전 지사가 있어야 당이 빛나고, 당에 손 전 지사는 소중한 존재라는 여론이 있으며, 당원들 사이에서도 손 전 지사가 있음으로써 당이 다양하고 개혁적인 모습으로 집권에 도움이 된다는 여론이 있다"며 "그런 걸 당이 너무 못 알아준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이제는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릴 때이고,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손 전 지사의 결정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의원은 이어 강재섭 대표와 당 최고위원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 경준위가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졌다"면서 "그렇다면 경준위에 미룰 게 아니라 최고위원들, 특히 강 대표가 이미 나와 있는 많은 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강 대표가) 어느 것이 한나라당 집권에 가장 도움이 되는지를 선택해서 따라오도록 만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제비뽑기를 할 때는 아니다. 절충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고 재촉했다.

    남 의원은 한나라당의 결단을 지도부에 맡기는 것에 '여론수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결단의 과정이 많은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면서 "여론을 모아서 하나의 단일안을 내놓고, 설득하고 따라오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지금부터 다음주 초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부의 결단에 캠프가 반발할 경우에 대해 남 의원은 "지금은 (각) 캠프들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치열하게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도 "어떤 안이 도출되는 순간 그것을 명분 있게 설득한다면 처음엔 반발할 수 있곘지만 그 반발을 끝까지 가져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의원은 "(경선 룰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룰 갖고 서로 이전투구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당과 후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집권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후보들은 유·불리를 따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나라당에서 대두되고 있는 '사설위원장 난립'과 관련, 남 의원은 "지금 벌어지는 한나라당의 내부경쟁이나 사설위원장 난립은 분열과 자만이라는 두 가지 위험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리인들이 마구 난립하다보니 내부에 균열이 가고 있다"면서 "빨리 지도부가 경선 룰을 결정하고, 내부가 균열될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이어 "후보가 되는 사람이 모든 갈등을 아우르고 가야 하지만 지도부가 할 일이 따로 있다"며 "갈등이 극하게 가면 나중엔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지도부가 사전예방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거듭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또 "룰과 금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당 지도부가 분명히 사태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