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의 유력한 '제3지대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의 행보가 심상치않다. 문 사장은 "정치는 모른다"고 하지만, 말과는 달리 방송과 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다. '잠재적 대선후보'임을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13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과장된 기대"라면서도 "경제인에 대한 기대가 요즘 많다"고 즉답을 피했다. 문 사장은 "(범여권에서 접촉하고 있고, 대선참여를 권유하고 있다는 보도는) 친구들이 각계에 많으니까 친구들이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또 "정당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공식적 접촉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잇따른 '러브콜'을 '경제에 대한 관심'이라고 규정한 문 사장은 "사람중심 국가발전전략을 10년 가까이 주장해왔다. 과거엔 관심이 없다가 중국과 경쟁에 지겠다 싶으니까 이제 지식경제 사람중심 국가발전전략에 관심이 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 인사들과 가깝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그는 "난 한나라당에도 아는 사람 많다"며 "시민사회 운동을 20년 가까이 하면서 반부패운동 등을 오래 했으니까 아는 사람이야 각계에 많다"고 주장했다. 또 "가족이나 친지들에게서 정치판은 진흙탕 싸움이라 한번 발 잘못 들여놓으면 사람 버린다, 가까이 가지 말라는 충고를 수없이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사장은 이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국토개발과 같은 과거지향적인 개발복지는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도 포함된다"며 "특히 삼면이 바다인 데서 그런 계획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국토개발에 의존하는 경제성장은 하드웨어 중심적이고 제로"라며 "이제 지식을 기반으로 해 국내외에서 대거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과감한 정부개혁 프로그램과 경제 틀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향해 문 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들은 적 없다"면서 "과감한 일자리창출, 지식복지, 정부개혁 이런 구체적인 안이 안 나와서 뭐라고 평하기가 어렵다"고 말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경제공약인 '경부운하(이 전 시장)' '열차페리(박근혜 전 대표)' '광개토전략(손학규 전 경기지사)'을 평가절하했다.

    문 사장은 제3지대에 있는 대선후보를 돕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사회자가 "경영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갖고 제3지대로 합류할 의향은 없느냐"고 묻자 문 사장은 "거기 이미 훌륭한 사람들 많다. 그 사람들 돕는 일이 내 역할이라면 내 역할"이라고 답했다.

    한편, 문 사장은 전날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에도 출연해 "(정치참여에 대해) 열린우리당 사람들과는 전혀 논의해본 적도 없고 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대선후보로)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다"면서 "그냥 신문에 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그룹에 조언은 많이 하고 있다"며 자신의 역할을 '조언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또 "시민사회나 다른 분들, 전문가 그룹, 학자들과는 늘 대화하고 있다"며 "(그 사람들을 통해 정치 쪽에 기여할) 가능성이 우리 사회에 열려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