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그룹을 차지하며 '빅3'라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유력 대선예비후보를 보유하고도 한나라당의 12월 19일 정권탈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이유는 빅3의 분열 가능성 때문. 대통령 후보 선출 방법과 시기, 그리고 최근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후보검증을 위해 당내 경선준비위원회인 '국민승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후보진영간 합의점을 찾기 힘든 분위기다. 활동시한은 3월 10일까지인데 벌써 시한연장이 불가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후보간 입장 차이가 크고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25일 5명의 대선예비후보가 한 자리에 모여 경선룰과 후보검증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합의점은 찾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고 감정의 골만 더 깊어졌다는 게 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26일 오후에는 국민승리위원회의 8차 회의가 열렸다. 후보간 깊어진 감정의 골만 확인한 뒤 만난 터라 이날 본격적인 회의시작 전 테이블에 앉은 각 후보대리인들의 대화에서도 후보 못지 않은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 전 대표의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이 먼저 '경선룰'을 놓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김 의원은 먼저 "현 당헌·당규를 만들기 위해 57차례나 공청회를 했는데 우리도 장소를 좀 옮겨서 지방으로 돌면서 공청회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위원회가 경선방법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현 당헌·당규를 만들때와 똑같은 수준으로 전 당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공청회와 토론회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으로 박 전 대표가 전날 대선예비주자 조찬 모임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경선룰을 변경하는 데 상당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경선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전 대표는 경선시기를 9월로 늦추자는 입장이다.

    그러자 위원회의 이사철 대변인은 "지방에서 공청회를 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한데 당에 그럴만한 예산이 없어 안될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 대변인이 이 전 시장 측의 입장을 대변했다기 보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 진행할 경우 한시적 기구인 위원회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발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김 의원은 "차없는 분도 없는데 예산이 뭐가 그렇게 필요합니까"라고 맞받아쳤다.

    두 사람의 신경전이 마무리 되자 손 전 지사 대리인인 정문헌 의원을 두고 위원들간 대화가 오갔다. 회의시간에 늦은 정 의원을 기다리던 도중 심규철 전 의원은 "정 의원이 '문헌'에도 없는 얘기를 하니까 지역에서 '손학규 탈당한다며?'라는 질문에 쏟아진다. 문헌에도 없는 말을 해서…"라고 말했다. '경선불참가능성'을 주장한 정 의원의 이름을 빗대 던진 뼈있는 농담이다. 마침 전날 손 전 지사도 직접 '경선불참가능성'을 언급해 정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

    위원회 부위원장인 맹형규 의원은 "설마 진짜 안오는 것은 아니겠지"라며 우려섞인 농담을 던졌다. 그는 "정 의원 얘기는 투정 비슷한 얘기지 무게가 실린 얘기는 아니야"라며 손 전 지사의 경선불참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대변인도 "왜 다른 사람들은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느냐는 얘기죠"라고 거들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손 전 지사가 다른 후보진영에도 경선방법상의 양보를 요구했다는 설명으로, 현 경선룰을 주장하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자 박 전 대표 대리인인 김 의원이 "(손 전 지사가)오픈프라이머리는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거둬 양보했다는 것인데 원래 오픈프라이머리 주장이 당론을 어긴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양보했다고 말하긴 힘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손 전 지사와 함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던 원희룡 의원의 대리인 김명주 의원이 "오픈프라이머리가 (혁신위원회 논의 당시)당론으로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받아쳤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당론반대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후보 대리인들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자 김성조 의원은 주변에 있던 취재진을 의식해 "회의를 빨리 시작하는게 낫겠다"며 본격 회의를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때마침 정 의원이 도착해 "좀 늦게 와야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서"라고 말하며 회의테이블에 앉았다. 자신의 경선불참 시사 발언이 당내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을 인지하고 던진 말이다.

    그러자 박 전 대표 대리인 김 의원은 "오늘 아예 안나와야 얘기가 되지"라며 다시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정 의원은 "그냥 잔잔하게 얘기한건데 너무 확산됐다"고 해명했고 이에 김 의원은 "잔잔하게 얘기하고 방송에서는 쎄게 얘기하더만"이라며 정 의원을 코너로 몰았다. 이처럼 후보 대리인들간 신경전이 지속되자 김수한 위원장은 "정 의원에게 모든 분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그만큼 발언이 와전될 가능성이 크고 휘발성이 강하다는 얘기"라며 위원들에게 입단속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