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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대선예비후보가 2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찬을 함께 했다. 연말 당 지도부 초청 만찬과 연초 당 상임고문 오찬에 이어 세번째 식사자리다. 이날 조찬은 최근 후보검증과 경선시기와 방법 문제로 각 후보진영의 신경전이 점차 가열되자 강재섭 대표가 마련한 자리다.
'후보검증'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은 이날 만남에서도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든 참석자가 모인 자리에서도 박 전 대표는 입을 굳게 닫았다. 상대적으로 많은 말을 한 이 전 시장도 좀처럼 박 전 대표에게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 두 사람은 처음 악수를 한 번 나눈 뒤 부터는 잘 쳐다보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이날 조찬 자리를 보는 시각차도 컸다. 예정시간보다 2분 일찍 도착한 이 전 시장은 '오늘 무슨 얘기를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덕담하겠지"라고 했고 다시 '싸울 일은 없습니까'라고 묻자 "오늘은 그럴 일 없어. 웃으려고 만나는 거지"라고 답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반응은 크게 달랐다. 이 전 시장 보다 3분 늦게 도착한 박 전 대표는 처음 취재진이 다가서자 웃으며 인사를 했다.
취재진이 '오늘 좋은 얘기하실거냐'고 묻자 "좋은 얘기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할 얘기는 해야지요"라고 말해 화합을 강조하고 조찬자리로 이동한 이 전 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선 시기와 방법에 대한 두 사람의 이견도 확연히 드러냈다. 이 전 시장은 "국민참여도를 높여야 하니 가급적으로 폭넓게 개방적으로 고쳐졌으면 좋겠다"는 원희룡 의원의 발언에 "원만하게 이야기 잘했다"고 거들었다. 현 당헌·당규의 개정 필요성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을 향한 박 전 대표 진영의 검증 공세에 대해서도 "정인봉 변호사의 제기는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다"며 확전을 피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경선룰의 원칙을 강조했고 도덕성 검증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혁신안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 과정을 소상히 아는 사람으로 이야기 하겠다"며 "당시 당 대표였던 내 입김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고 내게도 받아들이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 집단지도체제로 바뀌면서 공천권도 나눠주고 (나는)임기 전에 먼저 물러났다"며 "원칙을 지킨 사람은 어떻게 보상을 받느냐"고 따졌다. 그는 "당원이 합의해서 만든 것은 후보가 합의해 바꿀 수 없다. 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경선방식변경)절차는 당원 의견을 물어야 한다. (경선룰)바꾼 뒤 1개월 후에 (변경필요성)제기하면 또 고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전 시장은 "경선시기와 방법은 당 기구가 있으니 거기에서 논의하는 게 좋겠다"며 "내가 언급하면 (경선)대리인의 재량을 축소하게 돼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도덕성'문제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당이 부정부패 오명으로 망할 뻔 했고 (나는)그것을 깨고 살아왔다"며 "따라서 경선과정에서 어떤 불법이 있어서는 안되고 그런 일이 있다면 후보가 사퇴해야 하고 그런 일에 관여한 사람은 출당시켜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오늘 공감대를 이뤄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 측근간 신경전도 치열했다. 참석한 박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이 전 시장 관계자에게 페어플레이를 요구하자 이 전 시장 관계자는 "그러니까 좀 살살해요"라고 받아쳤다.한편 원희룡 의원은 "조기후보등록은 국민 우려를 씻는다는 차원에서는 이의가 없지만 경선시기와 엮어서 발표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고 했고 고진화 의원은 자신의 대리인도 경선준비위원회에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조찬 자리에서 구체적인 합의문이 나오진 않았다. 나경원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대선예비후보들이)경선시기와 방식에 관한 합의가 국민과 당원의 염원에 따라 원만하게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지만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특정후보를 위한 들러리를 세우는 룰에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해 서로의 의견차만 확인한 자리가 됐다.
이 자리에는 5명의 대선 예비후보와 강 대표 외에도 맹형규 김성조 나경원 유정복 한선교 주호영 의원 등이 참석했고 각 후보의 캠프 관계자들도 다수가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