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후의 만찬’(?)을 지켜보던 당원들은 속으로 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열린우리당의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열린당 탈당 의사를 공식화했다. ‘떠밀리기 전에 먼저 뛰어내린’ 노 대통령 앞에서 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했다. 이날 만찬장 분위기는 ‘비감’ 그 자체였으며 식탁에 놓인 포도주는 더 이상 달콤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탈당 소식을 접한 당원들은 소리없이 속으로 울었다. 열린당 창당 3년만에 ‘정신적 지주’를 잃은 당원들은 그야말로 대공황 상태에 빠졌다. 뿔뿔이 흩어져 내일을 기약하는 것으로 쓴울음을 달랬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휑한 공허함만이 가슴 속을 가득채운 모습이다.
노 대통령의 탈당 소식이 알려진 직후 열린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당을 향한 더 이상의 격한 비난도, 탈당파를 겨냥한 복받친 발언도 없는 대신 ‘체념’과 넋을 잃은 당원들의 울음소리로 도배됐다.
기간당원 배광덕씨는 “홀로 왔다 홀로 남은 대통령, 슬퍼진다. 그저 하늘만 쳐다보니 시꺼먼 연기만 보인다”는 심정을 털어놨다. 유성룡씨는 “지난 3년여 당원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는데, 이제 대통령도 탈당을 했으니 내 자신과의 약속도 지켜야겠다”면서 열린당을 떠나겠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기간당원 신흥식씨도 “당적을 정리하려 한다”면서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다. 서로 비방하고 하나 되지 못해 마침내 분열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버팀목이 됐던 대통령이 당적을 정리한다고 하니 더 이상 당적을 가지고 있을 명분이 없어졌다. 미안하다”고 솓구쳐 오르는 비통한 심정을 내보였다.
전병찬씨는 “기분이 묘하다. (노 대통령 탈당은)이미 예견됐던 일이라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마음이 왜 이렇게 착잡한지 모르겠다. 정말 심난하다. 어찌해야 좋을지…”라며 넋을 잃은 심정을 내비쳤다. 장은화씨도 “어찌해야 할 줄 모르겠다. 마음이 무거운 하루”라고 말했다. 일반당원 신형식씨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무엇이 이런 상황으로 만들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이젠 동지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하나 권력에 목메는 불나방만 눈에 들어온다”면서 허탈해 했다.
노 대통령의 탈당 의사 발표로 열린당 당원들이 급속히 ‘대공황’ 상태로 빠지는 모습인데, 자칫 이들의 허탈감과 공허함이 다른 부적절한 방식으로 외부에 표출될 경우,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 초래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조용래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개인의 취약한 소질과 사회·환경적 자극이 결합하는 경우,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노 대통령은 자신의 탈당 문제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편지 등의 형식을 통해 당원들에게 조만간 밝힐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