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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흥행카드가 될 것이다. 근데 정 전 총장의 결단이…”
범여권에서 4․25 재보선 대전 서구을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단일 후보로 공천하는 방안이 신중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4․25 재보선을 통합신당 추진의 분수령으로 보고 정 전 총장 카드를 통한 승부수 띄우기 움직임이 범여권 안팎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 전 총장의 결단을 기대하는 ‘군불때기’와 ‘물밑작업’ 움직임이 뒤섞여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다. 정 전 총장 출마 여부에 따라서는 대선 구도에 전면적 변화가 불가피해 분위기 반전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범여권의 이같은 방안은, 일단 정 전 총장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 중 한명인 만큼 올 연말 대선을 겨냥한 대선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과제를 앞두고 충청표심의 확보를 통해 대선 전 범여권의 단일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밑그림이다. 대선의 ‘필승’ 구도인 호남-충청 연대, 이른바 서부벨트 구축을 통한 범여권의 대통합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경제학자라는 경력에다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전 총장은 충청권 여론도 대단히 호의적이다.
실제 설 연휴를 맞아 정 전 총장에 대한 민심테스트에 나선 범여권의 충청권 의원들은 일제히 정 전 총장을 입에 달고 살 정도다. 열린당의 한 충청권 의원은 설 민심을 전하면서 “정 전 총장에 대한 충청권 지역민들의 관심이 대단하더라, 미안한 얘기지만 열린당 차기 대선후보들보다도 관심이 더 높더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범여권의 정 전 총장을 재보선에 출마시키려는 방안은, 무엇보다도 ‘정치’하면 손사래부터 치고 나오는 정 전 총장의 결단을 내심 기대하는 ‘군불때기’ 측면도 다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범여권의 한 충청권 의원은 2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굉장한 흥행카드가 될 것인데, 정 전 총장의 결단이 문제”라면서 “정 총장이 놀라운 결단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 다른 대선 후보가 지지율 5%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필요한 게 사실아니냐”면서 정 전 총장의 재보선 출마 카드에 강한 애착을 내보였다.
이와 함께 개각 단행을 예고하고 있는 청와대의 움직임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열린당 탈당을 기정사실화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탈당에 이은 한명숙 국무총리 등에 대한 일부 개각과 맞물려 청와대가 후임 총리로 충남지사 출신인 심대평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심 공동대표는 이미 4․25 재보선 대전 서구을 출마를 예정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를 비롯한 범여권 전체가, 범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정 전 총장의 정치 제반적 입지 여건을 보장해 주려고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 전 총장의 정치입문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정 전 총장도 한번 해볼만한 게 아니냐는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대전 서구을에서 '재보선 전문당'인 한나라당을 꺾는 순간, 자신의 정치적 지도력을 검증받는 동시에 차기 대선을 감안한 충청표심 확보라는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신당추진 주도권을 놓고 열린당 잔류파와 통합신당모임, 천정배 의원을 축으로 한 ‘민생정치모임’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 전 총장으로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자칫 재보선에서 패배라도 한다면 범여권의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 한명을 순식간에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범여권 내부에 깊게 깔린 모습이다. 일단 범여권의 분위기가 정 전 총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어서 향후 정 전 총장의 결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