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 '이·박싸움'에'표정관리'

“이판에 남의 집 일에 끼어들 필요가 있겠느냐, 가만히 지켜보면 되지…”  ·

21일 한나라당 내 유력 대선주자간 검증논란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이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괜한 개입을 자제하면서 느긋한 입장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의 검증 공방이 이전투구식으로 확산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2․14 전당대회를 통해 가까스로 위기를 추스린 열린당은 이참에 전열 재정비에 나선다는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겉으로는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우려감을 앞세우면서도 내심 한나라당 내 검증논란 확산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오영식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간 검증논란이 열린당에 ‘호재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한나라당에서 검증이라고 해서 내세우는 것을 보면 분명 그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검증공방 양상을 볼 때, 어떤 식으로든 후유증이 불가피한 모습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표정관리’(?)에 나선 것으로 비쳐졌다.

오 의원은 이어 “임시국회 회기 중이고 원내 제1당으로서 민생현안에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인데, 한나라당 사람들이 그쪽에 너무 매몰된 느낌”이라며 “양 진영에 줄서서 이전투구를 하는 상황이라 민생현안 관련법 처리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 의원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분명히 따져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한다. 의혹 당사자들이 철저히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간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를 향해 날선 공격을 서슴치 않았던 당내 기획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도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간 검증논란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그간의 태도와 달리 말을 아꼈다. 어차피 검증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괜히 개입하면 불필요한 역풍이 초래될 것을 감안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정세균 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요즘 한나라당에 검증공방이 아주 뜨거운 것 같은데, 한나라당 내부의 검증공방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일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고 또 우리가 할 일이 너무 많기도 하지만 어차피 진실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밝혀지게 될 테니 한나라당 검증공방은 자연스럽게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장은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대권경쟁에 벌써부터 몰입하면 국회가 잘 되고 입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도 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에 정신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했는데 지금 이명박, 박근혜 싸움으로 국민 등이 터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열린당 집단탈당파 의원들의 ‘통합신당의원모임’과 천정배 의원을 축으로 한 ‘민생정치모임’도 검증공방에 적잖은 기대심리를 내비쳤다. 통합신당의원모임 대변인인 양형일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 “이 전 시장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도 이 문제를 당내 문제로 축소시키려고 한다든지 적당히 은폐하려고 한다면 매우 큰 후회를 남길 것”이라면서 “국민 시선을 피하지 말고 있었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공당의 책임있는 자세”라며 유력 대선주자간 검증공방을 ‘부채질’(?)했다.

‘민생정치모임’의 대변인격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고지도자를 뽑는 과정에서 검증은 당연한 것이다. 당연히 검증돼야 한다”면서 “그야말로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검증공방으로 언론에 우리기사가 한줄도 안나가고 있지만, 언론에서도 분명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열린당의 한 관계자는 “이판에 남의 집 일에 끼어들 필요가 있겠느냐, 가만히 지켜보면 되지…”라면서 “지금은 가만히 지켜보면서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재정비에 나설 때"라며 괜히 나섰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보다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는 '표정관리'가 필요한 때라는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