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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毒盃)를 드는 심정”이라며 지난해 5․31 지방선거 참패 직후 당의장직을 수락했던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이 의장이 14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8개월여간의 의장직을 마감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뉴딜(사회적 대타협)’은 유야무야돼 버렸으며, 소속 의원들의 집단탈당에 이은 열린당 창당정신의 모태였던 기간당원제 폐지 ‘주범’으로까지 몰리는 등 지난 8개월은, 말 그대로 ‘독배’였다. 김 전 의장 스스로도 “독배는 과연 썼다”고 말할 정도다.
김 전 의장은 전당대회 당일에까지도 대의원 의결 정족수 미달에 따른 전대 무산을 우려했다. “지난 몇일 밤 오금이 저렸다. 잠실 체육관이 텅텅비어 있는 꿈으로 몇 번이나 잠에서 깨 일어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전대는 ‘가까스로’ 치러졌지만, 김 전 의장 손에 주어진 성적표는 그야말로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당장 2%에도 못미치는 턱없는 지지율은 ‘대선주자’ 위치마저 위태롭게 한다.
이런 김 전 의장에게 한번 휘두르면 끝장이 나는, ‘진검(眞劍)’이 주어졌다. 전당대회 당일 공교롭게도 회갑을 맞은 김 전 의장에게 지지 팬클럽인 ‘김친(김근태와 친구들)’이 진짜 칼을 선물한 것.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보란듯이 생일 축하떡을 진검으로 한칼에 베어냈다.
독배를 내려놓고 그 대신 김 전 의장이 진검을 든 모습인데, 언제 그 진검이 칼집에서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진검이 칼집에서 나오는 시기는 통합신당 추진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받은 정세균호(號)의 운명과도 맞물린 상황이다.
김 전 의장은 정동영 전 의장과 더불어 당내 최대 계파를 유지하는 최대주주다. 이 때문에 정세균호가 앞으로 한달 내에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김 전 의장의 칼집에서 진검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관측들이다.
일단 김 전 의장은 그간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잠시 쉰다는 계획이다. 물론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자신의 역할에 중점을 두기는 한 모습이지만, ‘자신만의 정치’ 등 향후 정국에 대한 구상도 휴식시간 동안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당이 와해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서 김 전 의장이 과거와 같은 ‘햄릿’ 행보 대신 진검을 뽑아들고 '사무라이'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재야의 대표주자인 김 전 의장이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물밑 역할을 통해 ‘자신의 정치’라는 성과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 한번의 진검을 어떻게 휘둘를지 김 전 의장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