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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8일 사설 <‘입은 매서웠으나 눈·귀는 어두운 노정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7일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형식은 대(對)국민 보고회였지만 실은 노무현 대통령 의중을 좇은 발표로 비친다.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에서 창업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 등을 골자로 한 이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재경부 등 관련 부처부터 세수감소와 이를 메울 재정대책도 없고, 관계 부처와의 이견 조정 등 세부계획 수립까지 오랜 시간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노 정부가 최근 내놓는 구상마다 대부분 5년, 10년, 나아가 한세대 이상이 걸릴 의제들이다. ‘인적자원활용 2 + 5전략’부터 기업이 투자할 수 없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데 웬 공급대책이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국민건강 투자전략, 주택시장 공공부문 역할 강화 방안 등도 방대한 재정 수요와 국민적 합의를 동반하지 않으면 실효성은커녕 구체화조차 내다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여당의원조차 “왜 10∼20년 후의 중장기 계획을 정권 말기에 재정적 뒷받침에 대한 확실한 비전도 없이 발표하느냐”고 개탄할 지경인가. 노 대통령이 “다음 정부가 이를 채택하고 공약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다잡는 대목도 상식 밖이다.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의 마스터플랜을 짜준다는 언급은 ‘독선과 오만의 극치’가 아니라면 ‘아니면 말고’식이기 쉽다.
노 정부가 이렇듯 차기 정부, 차세대 정책을 ‘가불’하고 있는 배경은 지난 4년의 치적이 스스로도 보잘것없다는 초조감의 다른 표현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듯싶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의 ‘노무현정부 4주년 평가 연속토론회 제2부 정치부문’ 기조발제를 통해 “그동안 참여정부의 ‘입’은 매의 부리처럼 날카롭고 매서웠으나, 정작 ‘귀’와 ‘눈’은 가는귀가 먹고 눈도 침침해졌다”면서 지난 4년은 곧 ‘국가와 국정의 품격’을 한 단계 떨어뜨린 4년이라고 못박았다.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국정 마무리’에 전념하라”는 박 교수의 결론을 겸한 당부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잘한 정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설문지에도 없는 ‘없다’라는 응답이 28.8%로 가장 많았다. 정권 말기에 내놓는 일련의 어설픈 정책 시리즈는 후속 정권에서 폐기 혹은 변형된다는 것이 정치사의 경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