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의 집단 탈당이 금명간 예고된 가운데, 탈당 이후 행보를 놓고 발빠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당 와해가 기정사실화하면서 탈당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의 ‘주도권 잡기’가 노골화될 조짐인데 귀추가 주목된다.
천정배·김한길·정동영 등 현재 열린당의 탈당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차기 대선을 겨냥하거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둔 이들이다. 이 때문에 ‘주도권 잡기’의 이면에는 당 와해가 기정사실화된 이 시점에서 초반 기싸움 결과에 따라 자신이 그려왔던 정치적 밑그림이 탈당 이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들이 열린당 창당‘공신’들이었던 터라 탈당의 정치적 명분에서도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탈당 이후의 첫 행보에서마저 밀린다면 자신의 정치적 운명도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반 주도권 싸움에 사활을 걸고 나설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이 노골화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소위 ‘민생개혁통합신당’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 28일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5일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 “(통합)신당은 분명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며 “지향하는 노선, 비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정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의원들이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도보수통합신당’에 방점을 찍고 이번 주중 탈당을 결행할 예정인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중심의 탈당파그룹을 견제하며 이들과의 합류가능성 여부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천 의원이 노선과 비전에 대한 검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당장 탈당 이후의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으로 비쳐진다.
실제로 천 의원은 탈당 직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부인을 하지 않았다. 또 최근에는 탈당한 이계안 최재천 의원 등과 신당 추진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을 비롯해 역할 분담 등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의원들에게는 탈당을 하더리도 일단 ‘민생개혁통합신당’ 논의에서 제외키로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사실상 내부 의견 조율을 끝내고 발빠르게 움직인 것인다. 탈당을 선언한 정성호 제종길 의원의 탈당이 공식 선언되면 그 움직임은 더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7일 또는 9일 집단 탈당을 주도할 것으로 예고된 김 전 원내대표도 초반 주도권 잡기를 염두에 둔 모습이다. 김 전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탈당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는 이유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탈당 이후의 주도권 잡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 나온다. 충청권 의원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탈당을 염두에 뒀다는 것인데, 대규모 탈당이 단행되면 통합신당 ‘주도권 싸움’에서 한발 앞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김 전 원내대표는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나서려는 시도를 하는 모습이다. ‘킹메이커 역할’에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귀띔.
이와 함께 차기 대선을 노리는 정 전 의장도 탈당 흐름을 주도하면서 탈당 시기를 저울질 하는 모습이다. 일단은 고건 전 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여세몰이에 주력하는 상황으로, '선 지지율 상승, 후 탈당세몰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관측이다. 특유의 몽골기병식 행보로 전당대회 이후 탈당 흐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전 의장의 지지율이 별반 두각을 내지 못하거나, 통합신당 논의에서도 뒷전으로 밀린다면 향후 대선 행보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온갖 '변수'를 상정해 놓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설명들이다.
당이 와해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탈당 이후 주도권 잡기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조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