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희한했다. 빈 수레가 요란했던 밤이었다” “무성의한 스타일에 자기방어적인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연설이었다” “한밤의 대통령 원맨쇼” “2%가 아닌 98%가 부족”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지켜본 한나라당은 24일 이 같은 ‘혹평’을 내놓으며 노 대통령의 ‘남의 탓’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둘렀다. 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장에 모인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은 전날 밤 있었던 노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재섭 대표는 “어제 밤은 정말 희한했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특별했다”고 비꼰 뒤 “진지한 반성은 전혀 없고 교묘한 자기변명, 고난도의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며 “모든 책임을 역대 정부와 야당, 대선주자들, 언론에 전가하고 심지어 국민을 비하하기까지 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을 ‘빈 수레’에 비유하며 “한마디로 빈 수레가 요란했던 밤이었다”고 혹평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은 시종일관 실정의 책임을 과거 정권과 야당, 언론에 떠넘기면서 한 시간 동안 국민을 이지메(왕따)하고 괴롭혔다”며 “역대 어느 대통령으로부터도 무성의한 스타일에 자기방어적인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연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은 과거 정권이 지금보다 훨씬 나았다, 더 잘 살았다고 하고 있다”며 “언론의 비판 기능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편협한 언론관을 보이는 역대 대통령은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야당 탓’에 강한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오랜만에 예산을 합의처리해 준 야당이 현재 야당이고 정부가 제안한 여러 법안들을 합의처리 해 준 것도 현재 야당이다. 역대 어느 야당보다 정부 발의 법안을 합의처리 많이 해줬다”며 “고마운 말 받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제대로 인식하고, ‘팩트(fact)’라도 제대로 알고 인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2%가 아닌 98%가 부족한 내용, 앞뒤 맞지 않는, 새로운 것이 없는 주장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느냐”며 “노 대통령은 국민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사랑할 줄조차 모르는 대통령이 되고 있는 것을 인식하라”고 했다.

    이강두 의원은 “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신년 국정연설에 기대는 안했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국정 실패는 야당과 언론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평소와 다르게 언성까지 높이며 “열린우리당 조차도 이 정권 4년 실패와 잘못을 국민에게 고백했다. 집권당 간판으로 정치적 내일이 없다고 절망하고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 이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또 “노무현 정권 들어서 집값이 급등했으며 가계부채, 개인 파산 등 민생 악화 수치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며 “이것도 언론 탓이냐. 국민이 뽑은 ‘우리 대통령’이 민심을 있는 그대로 좀 파악 해달라”고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당사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한 마디로 요령부득이었다”며 “노 대통령은 ‘시간이 없다’는 말 하면서 안타까워했지만 국민은 ‘시간 아깝다’는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TV출연에 넌더리가 난다”며 “대통령 원맨쇼 재방송될 내일 기자회견은 재고돼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