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에 한나라당은 공식적인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당내에서 이견이 속출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당내 대권 후발 주자들이 앞 다퉈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노 대통령의 ‘개헌 카드’를 차별화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계진 의원이 개헌 제안을 수용하자고 한 데 이어 대권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도 10일 개헌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당내 소장파 리더격인 원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개헌논의가 필요하다는 그 자체에 동의한다”며 “노 대통령이 고유의 권한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빅3’는 이미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설사 꼼수나 정략적인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점은 결국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고 역사가 판단한다”며 “국익을 위해서 무엇이 가장 옳은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놓고 적극적으로 검토, 정도로 가면 풀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헌 논의에) 응해야 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피할 방법도 없다”고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꼼수나 이런 점들은 국민들이 다 판단해줄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판단을 믿고 국익을 기준으로 놓고 정도로 가자’ ‘정치권에서 차분하고 진지하게 논의할테니까 노 대통령은 정략적인 의도로 정치권과 국가를 더 이상 떠들썩하게 만들지 말고 국정에 전념하라’ 이렇게 얘기하는 게 맞다”며 당 대응방식도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논의를 원천봉쇄하는 게 결국은 개헌논의가 더 정략적으로 흐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며 “국익을 놓고 정도로 가자”고 거듭 말했다.

    원 의원은 당 지도부가 “개헌 제안에 TV토론은 물론 인터뷰도 응하지 않겠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같은 날 BBS ‘조순용의 아침저널’에도 출연해 개헌논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건을 당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식 대권출마 선언만 남겨둔 고진화 의원도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원포인트 개헌이라는 부분은 총선과 대선의 시기적인 문제를 명분으로 갖고 있다”며 “막연히 '다음에 누가 되면 한다'가 아니라 여야가 지금 1단계 개헌에 합의하고 2단계는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 정권에서는 분명한 일정과 실천로드맵을 정하고, 거기에는 최소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상이라든가 국민 기본권 신장을 위한 생명권, 사생활 자유 등의 부분을 넣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당 지도부 방침과 관련, “그게 가능하겠느냐. 개방적인 논의가 존재하지 않으면 오히려 민주주의적인 기본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어제는 지도부가 상황 전반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헌에 관해 일체 언급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