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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치수는 위정자의 국정운영 능력을 가늠하는 가장 큰 잣대가 돼왔다. 특히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해온 동양에서는 치산치수와 정수사상으로 더욱 그러했다. 오죽하면 고대중국 하왕조 시절 우 임금은 황하에 하천을 건설하는데 매진해 천자자리에 올랐을까.
2007년 대통령 선거의 해, 유력 대선주자들의 '물길내기'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공약 1호인 '한반도 대운하'에 이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열차페리', 여기에 잠재적 범여권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의 '한일 해저터널'이 가세했다. 대운하라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 전 시장이 이슈를 선점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타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한반도 대운하', 박근혜 '열차페리'에 고건 '한일해저터널' 가세먼저 이 전 시장은 지난해 8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사통팔달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구상 구체화를 위한 현장탐사에 나서며 이슈를 선점해나갔다. 이 전 시장은 부산 낙동강 하구언에서 출발해 밀양-창녕-대구-구미-상주-문경-충주-여주-잠실-행주-파주를 잇는 구간을 3박4일동안 학계인사와 관련 전문가들과 동행하며 탐사를 벌였다.
이 전 시장은 대운하를 통해 일자리 창출, 경기부양, 물류혁명, 치수관리(홍수관리, 수자원운용, 수질개선), 내륙개발로 인한 지역균형발전, 관광레저산업 등 다방면에서 국가경제를 부흥시키는 '제2의 국운융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전 시장은 "대운하는 선택적 사업이 아니라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위해 어떤 정권에서라도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며 "4년내 완공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또 그는 "물길이 이어지면 민심도 이어진다"며 국민화합의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대략 17조원가량으로 가늠되는 예산은 공사도중 생산되는 골재판매 등으로 상당부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운하 구상은 1980년대 초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 전 시장이 네덜란드 헤이그 출장에서 바지선이 운하를 오가는 것을 보고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이 전 시장은 1996년 국회의원신분으로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처음 정치권에 대운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철로와 바닷길로 연결하는 '열차페리'구상을 발표했다. 박 전 대표는 열차페리를 통해 한중간 물류비용을 대폭 감소하고 경제협력, 무역발전에 기여할 것이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동북아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시발점으로 가치를 지닐 것으로 강조한다. 열차페리는 화물 혹은 여객을 실은 열차가 항구와 연결된 철로를 따라 그대로 배에 실려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 전 대표의 열차페리는 100억원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인천항과 중국 연태항, 대련항을 삼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해 평택항, 군산항, 목포항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종단철도를 통해 모인 화물이 열차페리를 통해 한국의 동해 항구에 내리고 다시 중국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유럽까지 연결된다면 동북아 물류에 혁명적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차페리는 그의 오랜 구상인 남북을 잇는 한반도종단철도와 유라시아철도 연계사업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북한 방문시 김정일과 만나 남북철도연결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을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핵사태로 인한 남북긴장으로 한반도종단철도 건설이 불투명해진 것이 열차페리 구상을 구체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또 중국이 산동성 연태항과 요녕성 대련항간 열차페리 시험운항에 성공한 것도 박 전 대표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예상 사업비, 해저터널 최소 60조> 대운하 17조> 열차페리 100억여기에 고 전 총리가 '한일 해저터널'로 가세할 조짐이다. 고 전 총리측은 7일 "최근 고 전 총리의 자문그룹 내부에서 한일 해저터널 건설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으며, 조만간 공약채택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전 총리측은 한일 해저터널이 건설될 경우 양국이 자동차로 2시간대에 연결될 것이며, 이로 인해 지리적 단절이 극복되고 명실상부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 전 총리측은 또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현재 연간 360만명 정도인 한일 양국간 왕래규모가 10배이상 늘어날 것이며, 연간 54조원의 산업파급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해저터널은 그 건설비만 최소 6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만큼 경제파급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저터널 구상은 이번에 최초 제기된 것은 아니다. 해저터널은 지난 80년대 초 이후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에 와서도 꾸준히 정치권의 관심을 끌어왔다. 지난 2000년 당시 민주당 김민석 장성민 김성호 함승희 의원 등이 참여한 '한일 386정치인 포럼'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으며, 2002년에는 일본 참의원 일행이 당시 김혁규 경남도지사를 찾아 한일 해저터널 추진계획과 사업효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