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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을 앞세운 ‘친북반미’ 일변도의 문화계에 문화미래포럼(상임대표 복거일 소설가)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지난달 창립한, 중도보수성향의 문화미래포럼이 올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6.15남북문학인협회’ 단체의 창립을 우려하면서 북한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문화계의 현실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학 국악 미술 연극 영화 등 8개 분야에서 총 100여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하고 있는 문화미래포럼은 27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자유주의, 전체주의 그리고 예술’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 ‘민족’이란 간판을 앞세워 문화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민족문학계열’을 직격했다.
문화미래포럼 상임대표이자 소설가인 복거일 대표는 ‘전체주의 사회에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 지난 10월 금강산에서 남과 북의 문학인들이 만나 ‘6.15 남북 문학인협회’라는 단체를 창립한 것을 겨냥해 “구성원들은 예술가들인데, 모임의 목표는 전체주의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율한 행사”라면서 “실질적으로 북한의 작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작가가 아니라, (북한체제에 대한)선전선동요원”이라면서 이들의 향후 활동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복 대표는 그러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양쪽 작가들의 단체를 결성함으로써, 남측 작가들은 북한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셈”이라면서 ‘민족’을 내세운 문화계의 민족문학계열 인사들을 겨냥했다. 복 대표는 이어 “그런 일들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주 나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일들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사악한 일에 대해 암묵적으로 찬성하는 것이며, 이는 이 세상의 모든 사악한 정권이 원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전체주의 국가는 필연적으로 권력을 지닌 소수의 전제적 정치가 되고 이어 개인 숭배가 나옴으로, 전체주의 사회에서 예술가로 불리는 사람들은 모두 실제로는 선전선동 일꾼들이기 때문에 ‘6.15 남북문학인협회’라는 단체의 창립부터가 이미 북한의 정치적 선전에 말려들고 있는 셈이라는 강한 우려다.
‘한국 예술가들의 북한문제에 관한 침묵’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서울시립대 국문과 이동하 교수도 “북한의 대다수 주민들이 얼마나 처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우리가 자세히 알 수 있게 된 이후로 이미 오래 시간이 흘렀는데, 오늘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나서고 있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시인이나 소설가를 한 사람도 알지 못하고 있다”면서 문화계의 천편일률적인 민족문학흐름에 일침을 가했다.
이 교수는 “평소에 자유 인권 민족 현실비판 등의 주제와 대결하는 것을 자신의 주된 임무로 삼고 있노라고 공공연하게 선언해 온 문학인들이, 처절한 북한 주민들의 참상이 의심할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난 지도 벌써 장구한 시일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요지부동으로 지속하고 철저한 침묵과 외면을 목도할 때, 그들의 초심의 순수성과 진지성에 대해 심하게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장원재 교수는 ‘남북 문학교류가 지닌 정치적 함의’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지난 10월 31일 금강산에서 열린 ‘6.15 남북 문학인협회’라는 단체가 창립식을 가진 것과 관련해 ▲남과 북이 사용하는 ‘문학’의 기능과 역할 및 정의는 그 포괄하는 층위와 범위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과 ▲전체주의 사회인 북한의 경우, 예술가라는 직군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들면서 이들의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장 교수는 이어 “북한에는 문학인이 없다”고 단정지으면서 “정치에 종속된 하위업종에 종사하며 선전선동에 동원된 2부리그 정치가들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 때문에 ‘6.15 남북 문학인협회’를 포함한 모든 남북 문학인 교류는 근본적으로 성립이 불가능한 개념”이라고도 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공산주의 문학창작에 헌신했으되 그 역시 종파분자와 미제 앞잡이의 혐의를 쓰고 처형된 임화의 말을 살짝 비틀어 말하자면, ‘얻은 것은 값싼 민족주의로 포장된 센티멘털리즘이요 잃은 것은 예술에 인생을 걸고 천작하겠다는 작가의 자존심’”이라면서 “남북 문학인 교류가 지닌 정치적 함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한편, 문화미래포럼은 이날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내년 4월에는 참여정부의 문화정책 전반을 다루는 ‘대한민국의 예술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제2차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 6월에는 북핵 및 북한 인권 문제 등을 다룬 연극 ‘그라운드 제로’를 공연하고, 10월에는 북한인권 음악회 등의 개최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