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대선 1년을 남겨두고 각 방송사가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8일과 19일 발표된 각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지지율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10%안팎이던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적게는 15%, 많게는 20%포인트 가량이나 벌어졌다. 다소 위축돼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박 전 대표는 연일 계속되는 지지율 관련 질문에 "또 물어보세요"라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발표된 여론조사에 내심 불만이다. 억울함과 당혹감도 보인다. 가장 큰 반응은'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격차가 더 벌어질 만한 정치적 이슈가 없었다는 게 이들의 푸념이다. 실제 최근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질 만한 뚜렷한 정치적 이슈는 없었다. 지난 10월 초 갑작스레 벌어진 지지율 격차의 경우 북한의 핵실험이란 변수가 여성인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지만 이번 12월 지지율 격차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11월부터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펼치며 지지율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였고 12월엔 하루에 적게는 4~5개, 많게는 7~8개의 일정을 소화할 만큼 강행군을 펼쳤다. 박 전 대표의 이런 강행군은 신년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과의 격차를 오차범위내로 좁히겠다는 계획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박 전 대표 측에겐 큰 충격이다.

    박 전 대표 측은 나름의 이유를 찾았다. 지난 10월 격차때의 경우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이 지지율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지만 이번은 뚜렷한 근거제시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박 전 대표 측이 찾은 원인은 바로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 민 의원의 네거티브 공세가 이 전 시장에게 상승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이 전 시장을 비난하면서 라이벌인 박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의미없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의 이런 발언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는 이명박'이란 인식을 국민들 뇌리에 심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은 "민 의원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명박 대세론'을 형성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민 의원의 발언은 '이명박 대세론'을 여당이 인정하는 듯 뉘앙스를 심어줬고 이로 인해 여론의 '이명박 쏠림현상'을 부추긴 셈이 됐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민 의원의 발언을 "전략적인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발언 자체가 여당에서 '이명박 대세론'을 인정해주는 것이고 그 발언이 '이명박 대세론'이란 이슈를 만들었다"며 "이 전 시장은 아무런 제스처나 이슈생산 없이 대세론으로 효과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여권의 이런 움직임에 큰 우려를 갖고있다. '이명박 대세론'이 분명 한나라당에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한나라당의 기본인식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여권에서 이 전 시장을 선택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굉장히 어려운 부분들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으로선 박근혜 이명박 두 사람이 마지막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야 후보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여권이 전략적으로 후보를 선택한다면 대권구도는 불리해질 수 있다"며 "당시 민병두 의원이 그렇게 얘기해야할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굳이 그렇게 개인에 대해 얘기할 이유가 없었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대응책이 분명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