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말'수준의 노무현 대통령 발언에 한나라당은 "언급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는 반응이다. 이젠 말하기도 지겨울 정도라는 게 한나라당의 분위기다. '대통령 감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연설을 통해 다시한번 아니다라는 인식을 재확인시켰다'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 대통령 발언직후 나경원 대변인은 "더 이상 대통령 발언에 대해 언급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논평했다. 22일 오전 한 자리에 모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크게 언급하지 않았다. '신경 쓰기도 싫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어제 발언은 좀 심한 것 아니었냐"고 했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는데 어제 발언은 생각 이상으로 지나쳤다는 것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또 다시 막말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곧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막말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며 개탄했다. 김 원내대표는 "마치 드라마 왕건에서 궁예의 말로는 보는 것 같아 처연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말한 뒤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의 정치적 배경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유기준 대변인은 이날 '대권 새 판짜기, 본격 시동 거는 노 대통령'이란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유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새 판짜기 전선을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과 야당을 상대로 한 싸움에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이제는 그 범위를 자신이 기용했던 전직 국무총리와 장관들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직 국방장관과 참모총장도 끌어들이고, 심지어는 미국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며 "남탓만 하는 그칠 줄 모르는 정열이 아깝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정열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민생을 보살피는데 쏟았더라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건 전 국무총리를 실패한 인사라고 발언한 데 대해선 "고건씨의 총리기용이 실패한 인사라고 했지만,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잘못 기용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또 "고건씨와 정동영 전의장, 김근태 현의장 등 범여권의 유력주자 세 사람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선 것은 노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대비하며 대권 새 판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새해를 맞이하면서 심기일전해서 민생을 살피고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통령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이 마저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 같은 논평을 중요하다며 한번 더 읽고 회견장에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