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잠룡'으로 불리는 원희룡 의원이 차기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 출마 발표 시기만이 남았을 뿐 원 의원은 출마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은 현재 세미나 참석을 위해 일본에 체류중이다. 12일 귀국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 소속 의원들과 만나 최종의견을 조율할 방침인 것으로 측근은 전했다.

    원 의원은 임시국회가 끝난 뒤인 오는 17일이나 대선일인 19일 경 출마기자회견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측근은 밝혔다. 원 의원이 출마를 결심함에 따라 당의 대선구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당장 원 의원이 큰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란 게 당내 대다수 의원들의 판단이다.

    원 의원의 출마소식을 접한 의원들은 '새롭지 않은 뉴스'라는 분위기다.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는 그동안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파괴력에 대해서도 저평가 하는 분위기가 현재로선 높다. 원 의원이 이런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당내 지지세력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 당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원 의원이 귀국 즉시 수요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을 접촉할 계획을 갖고 있는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요모임의 지지가 이뤄져야 원 의원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아직 지원여부는 물론 원 의원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의원도 있다. 11일 오전 의원총회 직후 만난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은 원 의원의 출마와 관련 말을 아꼈다.

    초선 의원들은 최소 2년 이상 재선의원들은 6년 이상 원 의원과 생각을 공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은 "그 분이 무슨 판단을 하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잘 모른다. 일단 그 분에게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원 의원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모임 내 일부 의원들 중엔 이미 특정 대선주자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 의원의 출마가 달갑진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남·원·정으로 불리며 16대 국회부터 정치노선을 함께 해온 정병국 의원도 "시기적으로 아니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손학규 지사와 지지층도 겹치고 차별화 시킬 명분도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손 전 지사를 고민하는 모임내 의원은 적지 않다.

    권영세 의원 역시 "손학규 지사와 지지층이 겹치는데…"라며 난항을 전망했다. 권 의원은 "모임이 원 의원을 지원하는 것도 힘든 분위기다. 모임 차원의 지원이 줄서기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거론했던 것처럼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은 모임차원의 지원이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런 모임 분위기가 원 의원의 파괴력을 낮게 보는 가장 큰 이유라고도 했다. 박승환 의원은 "수요모임의 지원이 있어야 출마가 가능하다"며 "지원이 안되는 상황에서 나가면 어렵다. 그런데 모임 내에서 논의가 미진하고 목소리가 통일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문헌 의원은 원 의원의 출마와 지원여부를 묻자 "그 분 생각을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이 "그 분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심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도 했다.

    모임내 한 초선 의원은 원 의원의 출마에 대해 묻자 "언급하기 매우 곤란하다"고 했다. 재차 입장을 묻자 "워낙 변수가 많아 시기만 잘 맞으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겨울에 개구리가 나오면 얼어죽는다"고 말해 원 의원의 대권행보가 난항을 겪을 것임을 전망했다.

    수요모임 소속이 아닌 당내에선 원 의원의 출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높다. 한 핵심당직자는 "원 의원이 일단 결단을 잘했다"며 "출마를 안하면 원 의원도 결국 수많은 재선의원 중 한명일 뿐 그 이상의 의미도 없다. 앞으로 어떤 대권행보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원 의원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세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한 데 대해서도 "단순히 차기 많이 아닌 차차기까지 멀리 바라볼 때 원 의원이 정책과 공약을 잘 준비하고 다른 대선주자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는다면 원 의원에게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