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 중 한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현대 계열사가 밀집한 울산을 찾아 "연례행사같이 일어나는 노조의 파업에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8일 울산대 강연과 지역포럼 창립대회에 참석, 영남 공략 일정을 이어갔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울산대 총학생회 초청으로 열린 '미래 한국 경제와 대학생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초청강연에서 "과거 산업사회 초기에는 사용자가 노동자에 큰 힘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기업 노조가 더 강한 힘으로 회사를 일방적으로 흔드는 시절이 됐다"며 "빨리 노사관계가 정상화를 이룬 균형을 잡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현대그룹을 떠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오늘날도 연례행사같이 파업이 일어나는 것이 가슴아프다"면서 "노사관계가 빨리 정상화되지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최고 직장의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라며 안타까움을 함께 전했다.
     
    현대건설 사장 등 현대그룹계열사 CEO를 두루 역임한 이 전 시장에게 울산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 곳이다. 이 전 시장도 "울산은 대학졸업 후 현대에 입사해 자동차공장과 조선소를 만들었던, 피와 땀이 섞인 혼신의 힘을 다했던 도시"라며 이 지역을 찾은 '특별한 감회'를 전했다. 이 전 시장은 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울산에서 고생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던 정 전 회장의 이력을 감안한 듯 "정 전 명예회장은 꿈을 반은 이루고, 반은 못 이뤘다"고 소개, 자신의 입장과 관련해 묘한 뉘앙스를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또 '대통령이 된다면 경제문제 이외에 가장 먼저 뭘 할 생각이냐'는 한 학생의 질문을 받고 "사회질서가 문란하고 혼란스러우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제대로 될 수 없다"며 "사회질서 확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 대권 의지를 피력했다. 이 전 시장은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는 로드맵은 많은데 실천할 능력과 경험, 열정이 없다"고 지적한 뒤 "대한민국의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에서 출발해 자동차사업을 일으킨 정 전 명예회장, 식품섬유에서 반도체사업으로 발전시킨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을 예로 들며 "지도자는 어떤 발상을 갖고,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침감기로 엿새동안 강연 정을 중단했던 이 전 시장은 이날 건강을 회복한 듯, 힘있는 목소리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근 강연에서처럼 "원래 목소리는 아나운서보다 좋은데 감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는 농담도 하지 않았다. 강연이 열린 울산대 신학생회관 소극장에는 300여명의 학생이 참석, 복도까지 가득 메우며 뜨거운 호응을 나타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울산지역 포럼인 국원포럼 창립대회에 참석해 지지기반 다지기를 계속할 예정이다. 국원포럼은 이 지역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성향이 강한 지식인모임으로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을 포함해 2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울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