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전국 주요 시․도청이 화염에 휩싸였다. 그 자리엔 마스크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시위대가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화염봉이, 매캐한 냄새를 내며 검게 타올랐다. 방석모와 방패로 중무장한 전의경은 불법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각목과 죽봉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시위대 앞에, 전의경은 이미 우리의 자제들이 아니었다. 지난 달 22일은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와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시위 등이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벌어졌던 날이다. 도심 교통은 말할 것도 없이 도심 전체가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시위 문화의 현주소에 대한 사회 각계의 고민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 뉴라이트싱크넷(운영위원장 김영호)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전의경부모모임(대표 이정화) 등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평화시위연대’는 4일 국회에서 평화적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평화 집회시위 문화를 위한, 매우 그럴듯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불법․폭력 집회에 대한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 현실적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집회시위 공탁금제도 도입해야 = 말 그대로 집회나 시위에 앞서 관계기관에 집회시위 신고와 함께 일정액을 맡기자는 것이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담보로 일정액을 공탁한 후, 불법․폭력시위 발생시 이 공탁금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평화적 시위를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의경부모모임 이정화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주저없이 ‘집회시위공탁금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일정 인원 이상이 모여 집회시위를 할때 시민이나 국가 재산에 피해를 입힌 것이 없다면 집회가 끝난 즉시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돈 없는 사람은 집회시위를 못하게 막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젰지만 국가나 국민에게 피해를 줬다면 공탁금으로 피해보상을 해주는 형식을 취한다면 폭력시위가 줄어들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는 절박감을 내보였다.

    ■복면 금지조항 신설 =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 이재교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폭력시위 방지를 위해 법률에 복면금지 조항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폭력시위 참가자 중 마스크나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적지 않은데, 불법행위자 증거를 수집하는 데 장애요인인 만큼 복면을 쓸 수 없도록 금지하자는 것이다. 정당하고 떳떳한 집회시위라면 참가자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으므로 복면을 용인할 이유가 없는 반면, 폭력시위일 경우 폭력행위자의 인적사항 파악에도 장애가 되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동성애자 등 개인의 신원 노출을 극렬 회피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폭력시위의 위험이 높지 않은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복면시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시위진압 경찰 창설 = 이 변호사는 극렬해지는 ‘과격시위’를 막기 위해서 전문적인 시위 진압 능력을 갖춰 시위진압만을 전담하는 ‘특수경찰대’를 창설하자는 제안도 했다. 전투경찰은 군복무 의무자를 차출해 군복무에 갈음해 복무하게 하는 제도인데 시위현장에 투입돼 진압 경험이 쌓일 만 하면 전역하는 현행 전투경찰제도는 전문성의 때문에 효과적 시위진압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경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경찰관으로 시위진압을 주 임무로 하는 기동경찰을 육성해 전문적인 시위진압능력을 갖춘 특수경찰을 창설할 필요가 있다는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언론에 보도되려고 의도적으로 폭력시위를 하는 경우가 빈번한 만큼,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그 폭력의 양상은 보도하더라도 시위대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폭력시위대의 의도를 무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의 사회로,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이재교 변호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 전의경부모모임 이정화 대표 등이 지정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