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6운동권 출신들이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일심회 사건’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정원에 눈과 귀가 쏠린 가운데 신임 국정원장에 내정된 김만복 후보자에 대한 국회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20일 진행됐다.

    김 후보자는 내정단계에서부터 ‘일심회 사건’ 수사 의지를 의심받아 왔다. 이 같은 불신은 이번 사건을 ‘386간첩단 사건’이라고 분명히 하며 단호한 수사의지를 천명했던 김승규 현 국정원장의 미묘한 교체 시기와 더불어 김 후보자가 ‘이종석 라인’이라는 지적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일심회 사건’의 성격 규정을 놓고 김 후보자와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일심회 사건’에 대한 성격 규정을 묻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에 김 후보자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 간첩죄에 의율해 송치했다”고만 답하자 “간첩단 사건이냐, 아니냐. 국정원에서 수사한 것 아니냐. 최고 책임자인 국정원장 후보자가 사건 성격 규정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김 후보자가 “(일심회 사건 수사 당시) 지휘선상에 있지 않았다”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있었든 없었든 최고 책임자가 성격 규정도 못한다면 소신과 철학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느냐. 일일이 일선 지휘관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냐”며 “국정원에서 오랜만에 간첩을 잡았다면서 성격 규정도 못한다면 최초 국정원 출신 원장이라고 할 수 있느냐. 왜 이렇게 흐지부지하고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2명 이상이면 복수로 간첩단 사건이 맞지 않느냐”고 거듭 추궁했지만 김 후보자는 “5명이 (북측과) 접촉했다는 것이지 일심회라는 단체로 만났다는 개념은 아니다”고 피해갔다.

    “김만복 내정은 내년 대선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추진용”

    김 후보자가 김대중 정부 시절 6·15남북정상회담 실무 책임을 맡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년 대선을 겨냥한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가 6·15남북정상회담 추진 실무 경험이 있는 김 후보자를 국정원장 자리에 앉혀 대선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정형근 의원은 “김 후보자는 간첩 사건을 흐리는 서면답변을 했다”며 “북한에 지나친 눈치보기는 대선에 북풍(北風)을 이용하려는 전주곡”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지금 남북정상회담이 성사 단계하는 말이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아젠다 선정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북핵 문제 때문에 무산됐지만 다시 청와대 386참모들이 나서서 성사 마무리 단계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추궁했다.

    그는 또 “김 후보자가 국정원장에 지명된 이유는 내년 대선에 관여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과거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김대업 병풍 사건’을 날조했듯이 이미 국정원에서는 한나라당 유력 주자들에 대한 파일을 많이 준비했다고 하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영선 의원은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하느냐”며 “김 후보자가 지난 2000년 NSC 1차장으로 6·15회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이 일(남북정상회담)을 추진시키려고 국정원장에 내정됐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북전략국에서 실무를 담당하면서 대북송금도 담당하지 않았느냐”며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될 경우 돈 심부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