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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1일 사설 '민노당, 고백하고 반성하고 고뇌해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30일 북한 조선사회민주당의 초청으로 닷새 간의 방북 일정을 떠났다. 문 대표는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방북 길을 포기하는 것은 역사적 임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의 최기영 사무부총장, 이정훈 전 중앙위원 등 전·현직 당직자들이 국가정보원이 수사 중인 ‘386간첩단사건’으로 구속됐다. 민노당의 이번 방북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적절치 않다’는 반대 의견을 냈으나 방북 승인권을 가진 통일부는 “민노당은 국회에 등록한 제도권 정당이고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인 만큼 책임 있게 행동할 것으로 본다”며 승인했다.
민노당은 지난 2004년 총선 때 원내에 처음 진출해 9명의 소속 의원이 활동 중이다. 민노당 의원들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밀들을 적법 절차에 따라 언제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런 민노당은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 현실에서 외부 불온세력의 제1 침투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노당은 당원이나 당직자들의 신원 확인에 다른 정당보다 몇 배나 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독일도 동서 분단 시절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총리 보좌관, 그 정당의 원내총무까지 동독의 간첩 또는 동독의 간첩에게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온 인물로 밝혀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민노당 문 대표는 이번 국정원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국정원이 종합적인 상황 속에서 이 사건을 만든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했고, 민노당 대변인은 “국정원 내 공안세력의 의도된 준동의 결과”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파악해 보지도 않고 국가기관의 수사를 조작으로 몰고 가는 재야세력 때 버릇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전·현직 당직자들이 간첩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북의 핵실험으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마당에 당 지도부가 방북을 강행하는 것 역시 책임 있는 제도권 정당의 모습으론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민노당이 꿈꾸는 ‘노동자의 천국’과는 거리가 먼, 부자가 권력을 세습하는 세계에 하나뿐인 ‘노동자의 지옥’에 지나지 않는다. 민노당도 이제 이런 시대착오적인 북쪽 체제에 대한 미련을 접고 대한민국의 좌파정당으로 걸어온 길에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를 고백하고 반성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바른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