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3일자 3면에 이 신문 경제부 김홍수 기자가 쓴 '기자수첩'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국책금융기관 경영혁신 협의회'를 소집, 한국은행·산업은행 같은 이른바 '신(神)의 직장' 수뇌부들을 불러 모았다. 감사원 감사에서 국책은행들의 방만한 경영 행태가 드러나면서 여론 질타가 쏟아지자 급조한 모임이었다.
모임에 참석하기 앞서 각 국책은행들은 이날 오전 입을 맞춘듯이 각자의 향후 경영혁신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경비직·운전기사 연봉 9100만원이 문제가 된 한국은행은 경비·운전기사 외부용역 확대 방안을 제시했고, 과도한 상급직 비중이 지적됐던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상급직 직원 축소, 직원복지 예산 지출 축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경부도 이날 국책금융기관의 인건비 지출 등에 대해서는 민간인도 참여하는 '국책금융기관 예결산 심의회'가 간여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매년 국정감사 때 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지적당하고, 언론에서 수없이 문제제기를 해도 꿈쩍않던 정부와 국책은행들이 이번에만은 '반성문'을 내고 무릎을 꿇은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도 국책은행들은 방만 경영 문제를 지적당할 때면 "개선방안을 찾겠다"며 시늉을 내긴 했다. 하지만 결국 "고치고 싶어도 노조 때문에 안된다"며 문제해결을 보류했다.
시중은행과 달리 국책은행들은 왜 유독 노조에 더 약한 것일까? 그 실마리는 '낙하산 인사'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집단) 출신들이 국책은행 수장으로 내려 오면 노조는 으레 반대 투쟁을 하고, 명분에 밀리는 낙하산 인사들은 '이면각서'를 써 주며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해 왔다.
아닌게 아니라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국책은행 3곳의 수장 역시 모두 모피아 출신들이었다. 이번엔 이들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철밥통'을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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