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을 막아라"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출마선언으로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펼쳐진 가운데 이들의 이탈, 즉 당의 분열을 막는 것이 정권교체를 위한 한나라당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같은 우려는 예상보다 이른 두 사람의 출마선언으로 인한 조기과열 양상 우려에 기인한다.

    2일 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단일화가 힘들 것'이라는 여론이 5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가 발표한 이 조사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단일화 가능성과 실패 전망을 비슷한 비율(가능 46%, 불가능 44%)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73%가 실패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에는 박 전 대표가 최종주자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45%로 이 전 시장(41%)보다 높았으며, 실패한다면 이 전 시장을 지지하겠다(33%)고 답한 응답자가 박 전 대표(32%)쪽보다 많았다. 근소한 차이지만 두 경우의 결과가 엇갈렸다.

    양 후보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들은 '이탈은 없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일 독일에서 "경선에서 당선돼야 대선후보가 된다"고 말했으며, 이 전 시장도 같은날 경북 포항에서 경선에서 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어떤 후보든 경선에 참여한다면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말도 안되는 질문"이라고 일축했다. 손 전 지사도 경선불복에 대해서는 "뻔한 얘기 말라"며 분명히 입장을 정리해왔다.

    대선주자들 '경선승복한다, 이탈은 없다' 한 목소리
    소장파 '손학규 역할론', 의원모임 '희망포럼(가칭)' 결성 등 분열차단 부심

    대선주자들의 이탈, 나아가 한나라당의 분열을 막으려는 여러 방안이 제시됐다. 먼저 소장파가 중심이 돼 주장하는 '손학규 역할론'이다. 현재 5%수준인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더 오르면서 양강구도를 벗어나 다자구도로 가야 양강의 이탈을 막는 견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손 전 지사는 중도개혁성향의 부동층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된다.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은 "손 전 지사의 지지율 상승을 돕겠다"고 선언까지 한 상태다.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은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에 수차례 동참했다.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심재철 의원도 "손 전 지사가 과소평가됐다"며 "후보가 많을 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도 일각의 분열 우려를 차단하려는 안을 내놓았다. 강재섭 대표가 직접 "내년 1,2월경 대선후보와 대표, 최고위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환경이 다른 대선주자들을 당내로 끌어들여 형평성을 확보해주고 이탈을 예방하겠다는 포석이지만, 일단 각 주자들은 큰 의미를 두지않았다. 오히려 당 기구라는 형식에 얽매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안상수 의원을 중심으로 대선주자들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한 의원모임 결성도 준비중이다. 10일 창립되는 '희망포럼(가칭)'은 현재 당 소속의원 20여명으로 구성, 경선시기와 방법 등 대선주자 사이 이견을 조정하는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목적으로 결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분열막고 이견조율할 조정자 세력 필요…경선전 각서도 받자"
    홍준표 "사실상 오래 전부터 경쟁시작… 조기과열로 보기 어려워"

    이 모임에 참여하는 하는 김정훈 의원은 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도부를 대신해 대선주자간 조정에 나설 세력이 필요하다"며 "각 후보를 불러 토론회도 자주 갖는 등 이견을 균형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빙으로 나타난다. 이런 상태에서 경선국면을 맞는다면 조기과열 양상, 나아가 감정대립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극심한 대립으로 어느 한쪽에서 '같이 못가겠다'는 지경까지 가서는 안된다. 반드시 이를 조정할 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내 예비주자들로부터 (경선결과에 승복한다는) '각서'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이날 "당내 경선구도가 사실상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한 뒤, "경선참여 선언을 조기과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으로서는 대권주자들이 국민에게 좀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다"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말했다. 진수희 의원도 "물밑에서 계속 대권경쟁이 진행돼 왔고, 그게 물 위로 드러난 것일 뿐"이라며 조기과열이라는 지적에 비중을 두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