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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8일 오후(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독일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과 만났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지난 2000년 독일을 방문해 당시 야당인 기민당 최초의 여성 당수였던 메르켈 총리와 처음 만난 후 6년만의 재회다.
당 소식통에 따르면 두 사람은 독일 통일과정과 한국의 남북관계, 한국의 전후 근대화 과정과 독일의 선진화 과정 등에 대해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박 전 대표는 여기에다 국내에서 논란이 된 한미연합사 해체 등 현안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위체제에 속해있는 독일 입장과 동맹국과의 공동방위체제에 대해 의견을 묻고 "시베리아 철도로 한국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
통역만 배석한 채 면담을 이어간 이들은 그동안 상대방이 총리, 당 대표 당선 때마다 축하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교분을 맺어와서 그런지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가 ‘좋은 의미’의 개혁 정책을 펼쳐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고 말하기도 한 박 전 대표는 미국과 소원한 관계였던 독일이 친미 성향의 메르켈 총리 취임 이후 ‘실리 외교’로 돌아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어가는 점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으로서 야당 지도자를 지낸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비견된다. 면담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의 실리적 외교∙경제 정책이 내가 당 대표 시절에 추구한 노선과 같아 공감하는 바가 많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박 전 대표는 면담 후,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도 우리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면담 시작 후 상견례를 마치자마자 독일 의회 연설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연장동의안 투표를 위해 잠시 자리를 떴던 메르켈 총리와 박 전 대표는 ‘이공계 출신의 야당 당수를 지낸 여성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닮은 꼴로 통한다. 또 메르켈 총리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내세우며 자유시장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 박 전 대표의 경제관과 일맥상통한다.
집권자와 집권도전자의 이날 회동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첫 해외일정을 메르켈 총리와의 면담으로 잡은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기민당수를 거쳐 첫 여성 행정수반에 오른 메르켈 총리의 이미지가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고 내년 대선에서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박 전 대표의 이미지와 중첩되기 때문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1960~70년대 독일에 파견된 탄광 노동자와 간호사 출신 등 교민들이 주최하는 환영행사에도 참여했다. 이 행사에서 70년대 경제개발 이야기와 함께 박 전 대표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