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정기국회 후 정치권은 대선체제로 전환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양당 지도부의 대선전략 차원의 정계개편 공방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당발 정계개편론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20일 핵심당원 연수회에 참석한 김 의장은 “이대로 가면 역으로 정권교체를 당한다”면서 “국정감사가 끝나고 늦어도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 초가 되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대연합에 대응하는 민주개혁대연합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계개편에서 열린우리당이 ‘주도적’역할을 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응해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1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정권을 잡기 위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고 소속정당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면서 “당에 지지율 높은 후보가 없어서 판을 흔들려고 하는데 대연정, 소연정, 개헌론을 철저히 차단하고 정계개편 시도에 우리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며 여당 중심의 정계개편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민주당은 호남,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지지율이 높은 정당”이라며 지역감정 해소와 통합을 위해 민주당과의 연대문제에 대해 “양당이 합쳐질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며 지금부터 정책연대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정책연대를 통합의 전 단계로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반(反) 한나라당 연대 성공 못한다”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 부상한 민주당의 한화갑 대표는 21일 KBS 라디오 ‘정보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의 ‘반(反)한나라당 연대’ 주장에 대해 “어디를 반대하고, 저지하고, 망하게 하기 위해 결사를 한다는 것은 절대로 성공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특히 열린우리당이 최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조 움직임을 비난한 것과 관련, “열린우리당이야 말로 민주당과 통합하자고 날만 새면 떠든 사람들”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없어질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1년의 3당 합당, 97년의 민주당·자민련과의 연합,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의 특징은 대선후보와 지역이 중심이 된 정계개편이었고 대선승리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97년의 ‘신한국당과 꼬마 민주당의 합당’(한나라당)은 지역기반도 없고 이념도 맞지 않는 정계개편으로 대선실패로 막을 내렸다.

    내년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한민공조’는 지역과 이념이 결합된 진일보한 연합이 될 수 있다. 또한 두 당은 해방 이후 한국정치 50년을 이끌어 온 양대 산맥이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좌파정권의 정권연장 시도를 막아야 될 정치사적 소명도 함께 가지고 있다.

    특히 ‘한민공조’의 주역인 강재섭, 한화갑 대표는 닮은 점이 많다. 화합형·통합형의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지도자이다. 과거에는 유력한 대권주자였으나, 현재는 대권보다는 정권교체를 위해 킹메이커를 자처하고 나선 정치인이다.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사심 없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민공조의 성사 가능성이 보인다 하겠다.

    우리 헌정사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영호남 정당간의 통합노력이 정략적 차원이 아니라 지역갈등을 종식하고 정치발전과 통일을 앞당기는데 일조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두 정치지도자의 다음 행보를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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