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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전열을 정비하며 사회 각계각층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박 전 대표는 15일 서울 용산구 쪽방상담센터를 방문해 서민들의 애환을 경청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 9일 미니홈피 방문자수 500만명 돌파 기념으로 뚝섬유원지에서 열린 바자회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 1800여만원을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바자회에서 박 전 대표가 내놓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찻잔(1020만원)과 접시(521만원)는 1541만원에 팔렸다.
박 전 대표가 쪽방촌을 찾은 것은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이 지역을 방문해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직접 본 박 전 대표가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쪽방상담센터 이범석 소장은 “2004년 약속을 지켜줘 감사드린다”며 “대부분 겨울이 돼야 찾는데 그 전에 찾아줘 고맙다”고 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말을 아끼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쪽방상담센터를 후원하는 나사로의 집 이사장 김흥용 목사가 상담센터 운영 상황에 대해 설명할 때는 메모까지 해가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쪽방상담센터로부터 매달 방세 20만원을 내고 나면 밥 먹을 돈이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쪽방촌의 현실을 전해들은 박 전 대표는 “살기 편안해야 사회가 훈훈해지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까 계속 악순환이 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전 대표는 또한 “자립해서 쪽방촌을 나가는 분들도 있느냐”며 쪽방상담센터를 통해 기술을 익혀 자립한 사람들의 사례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300만원 가량의 지원금으로 쪽방촌 사람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일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김 목사의 말에 박 전 대표는 “기술을 배우게 해서 다양한 곳으로 나가게 하는 군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쪽방촌 주민들과의 접촉에도 적극적이었다. 박 전 대표의 상담센터 방문 소식을 듣고 모인 주민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보시라. 듣겠다”고 자세를 낮추자 주민들도 경계하던 눈빛을 거두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는 돈이 너무 늦게 나온다” “병원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년, 20년을 살아도 똑같다” 는 등 하소연을 쏟아냈다.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박 전 대표는 “방을 마련하는 데 불편이 없고 하루 세끼 식사를 가장 원하는 것 같다”며 “잘 알겠다”고 말했다.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박 전 대표는 미니홈피 500만번째 방문자 심해중씨(24·대학생)와 400만번째 방문자 김종성(42·회사원)씨와 함께 바자회 수익금과 옷가지 등을 전달했다. 40여분 동안 상담센터에 머물렀던 박 전 대표는 음식을 만들던 자원봉사자들을 찾아 “너무 수고 많다. 힘든 일을 하고 있다”며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이날 박 전 대표의 쪽방촌 방문 자리에는 한나라당 진영 의원이 함께 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21일 엔지니어링클럽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의 기조’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기업인들과 만난다. 또한 22일에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를 다시 한 번 방문한다. 이번 대구 방문 때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함께 한나라당의 외연확대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대구지부 결성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빡빡한 국내 일정을 소화한 뒤 박 전 대표는 23일부터 내달 1일까지 독일을 방문해 첫 여성 독일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을 만나고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찾았던 함보른 탄광도 찾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