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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문화관광부 유진룡(50) 차관이 취임 6개월여 만에 경질되자 이를 두고 ‘청와대의 보복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이기우 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이해찬 골프 파문’에 연루돼 40여일 만에 경질된 경우를 제외하면 유 전 차관은 가장 단명한 차관으로 꼽힌다. 유 전 차관이 개인비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이처럼 단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은 9일 “이번 인사는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유 전 차관의 경질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유 전 차관이 청와대의 인사관련 청탁을 계속 거부해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중앙일보는 청와대측에서 공석중인 국책방송 아리랑 국제방송(아리랑TV)의 부사장 자리에 정치인 출신의 한 인사를 추천한 데 대해 유 전 차관이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아리랑 TV의 업무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인물’이라며 거절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문화부의 한 간부는 “유 전 차관이 ‘아리랑 TV는 경영상황이 좋지 않으니 아예 부사장 자리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이 신문에 털어놓았다. 아리랑 TV는 지난 6월 중순 이사회를 열고 부사장직 폐지를 결정했다.
그 외에도 유 전 차관은 지난달 한국영상자료원장 공모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미는 정치권 쪽 인사를 후보추천위원회 면전에서 떨어지게 해 아예 3명의 추천후보에도 포함되지 못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유 전 차관이 6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 조사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조사하는 이 조사에서 유 전 차관은 ‘부당한 인사를 청탁한 사람과 거절한 사람 중 누가 잘못이냐’며 항변했다는 말이 나돌아 이번 조사가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 경위를 추궁한 조사였다는 지적도 있다.
문화부의 한 사무관은 “부에서 신망이 두터웠고 능력도 인정받았던 유 전 차관이 갑작스레 퇴진해 놀랐다”며 “이번 인사는 청와대에 밉보인 유 전 차관에 대한 보복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서의 모 과장도 “유 전 차관이 청와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공무원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인사로 문화부 공무원은 이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일을 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