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보여줬던 한나라당 당권경쟁이 강재섭 대표최고위원 선출로 막을 내렸다. 어느 때보다 정권창출에 대한 의지가 높은 데다 5.31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치면서 기대치가 한껏 치솟은 당원과 지지자들은 '개혁과 변화'보다 '안정과 화합'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 앞에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갈등을 조기수습하고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고위원회의 첫날인 12일 이재오 최고위원은 연락을 끊은 채 회의에 불참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방에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보좌진들도 연결이 쉽지않은 상태다. 11일 선거 직후 다른 당선자들은 기자회견장을 찾아 인사를 나누고 소감을 밝혔지만, 이 최고위원은 바로 자리를 떴다.

    이 최고위원은 수락연설에서 "더 이상 색깔론이나 대리전 등 한나라당의 구태정치를 온몸을 바쳐 청산하겠다"면서 선거운동기간 섭섭한 감정을 한껏 드러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새로 태어나지 않고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특정 후보의 대리인이 돼 당을 쪼개려고 한다면 온 몸으로 막겠다"며 막판표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박심'을 경계하기도 했다.

    '실망한' 이재오 첫 회의 불참…갈등 '조기수습'이 최우선 과제
    2002년 전대 이후 사정과 유사, 당시 '창심'에 반발한 강재섭 불참한 적도


    당 일각에서는 민정계니 민중계니, 혹은 색깔론을 들먹이며 서로 상처를 준 데 이어, 막판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리전 양상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양측의 세대결로까지 이어진 것 때문에 '이러다 당이 쪼개지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최고위원선출대회에서도 한나라당은 비슷한 후유증을 겪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강재섭 후보는 개표결과 자신이 4위로 밀려나자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창심'이 깊게 간여했다며 반발, 최고위원회의가 나흘간 열리지 못했다. 강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희태 하순봉 당시 최고위원의 회의 불참으로 호선으로 선출하게되는 대표최고위원을 뽑지 못하는 공백을 거치기도 했다. 대권주자로서 이회창 후보가 독주체제를 구축했다는 당시 상황과 현재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그리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이 대권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 당권경쟁에 대권주자의 간섭으로 인해 분열조짐이 일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결국 '창심'에 불만을 내비쳤던 강재섭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정계 인사들이 결과에 승복, 서청원 대표를 호선하고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과 사무총장, 그리고 대선조직 정비 등에 참여하면서 표면적인 갈등은 어렵지않게 수습됐다. 이회창 후보가 이들을 불러 '대승적 단합'을 당부한 것도 갈등봉합에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지명직 최고위원, 당직개편 관심 대상…대선경선 관리 '공정성' 확실히 담보해야
    '대리전' 치른 박근혜-이명박, 화해 제스처 나올까


    한나라당이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공정경선' 담보다. 선거 막판 강 대표가 "마치 이 전 시장과 경쟁하는 것 같다"고 발언하며 '대리전' 양상을 부추긴 점을 이제 추스려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강 대표도 당선사례에서 이를 의식한 듯 "나는 통합적이고 화합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전당대회 후 앙금이나 후유증도 잘 봉합할 수 있다"며 '공정한 대선후보 경선 관리'를 거듭 강조했다. 강 대표가 행사할 지명직 최고위원 2인과 차후 당직개편도 이같은 이유에서 주목되는 점이다. 공정성이 확보된 경선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새 지도부가 해결할 중요한 문제다.

    '대리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박 전 대표의 화해 제스처도 관심을 가질 부분이다. 선거 막판 박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으로 인해 이 전 시장측이 피해의식과 반발심을 가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을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