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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일자 오피니언면 '태평로'란에 이 신문 신효섭 논설위원이 쓴 칼럼 '오 당선자, 제대로 가고 있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부터 여러 말을 듣고 있다.
우선 그가 과연 ‘준비된 시장’이냐는 것이다. 오 당선자는 “강북 도심을 부활시키겠다” “서울 공기를 일본 도쿄(東京)만큼 좋게 만들겠다” “애만 낳으면 서울시가 키워주겠다”는 식의 약속을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특히 무슨 돈으로 그것을 이룰지에 대해선 답이 모호하다. 물론 출마 선언하고 53일 만에 당선된 사람에게 이런 지적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선자가 모든 준비가 될 때까지 취임식을 미룰 수도 없다. 당선자 자신이 당장 힘에 부치면 우선 인사(人事)를 잘해서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리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오 당선자의 사람 고르는 안목도 도마에 올랐다는 점이다. 시정인수위 공동위원장에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앉힌 게 논란거리다. 인수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을 만들어준 시민들을 대표해 시정 인수 일을 하는 자리다.
이번 지방선거 유권자의 79.1%(중앙리서치 7일조사)가 “한나라당 승리는 정부 여당 실정(失政)에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했다. 오 당선자에게 61%의 큰 득표율을 안겨준 서울시민들은 무능하면서도 대책없이 자주를 외치며 안보를 흔든 정권 사람들과, 반미·친북행사마다 명함을 내밀며 정권과 어깨동무를 해 온 ‘어용 시민운동가’들이 싫어서 그들이 민 집권당 후보를 외면했다는 뜻이다. 오 당선자가 이런 시민들의 심정을 제대로 배려했다면 분명 ‘최열 카드’는 최선이 아니었다. 최씨가 이 정권과 주파수를 맞춰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2003년 ‘미국이 강요하는 대북 적대정책에 동조해 온 잘못된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통령 방미 관련 300인 선언’에 참여했다. 2004년엔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범국민행동본부 공동대표였다. 또 같은 해에 정권의 과거사청산에 힘을 보태기 위한 ‘올바른 과거 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도 맡았다. 2005년에는 ‘보안법 완전 철폐’ 등을 요구한 ‘광복 60돌 민족자주평화 제2의 광복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당선자측은 “최씨가 환경전문가라서 모셨다”고 했다. ‘환경 운동가’가 바로 ‘환경 전문가’인지도 따져볼 일이지만 그의 최근 이력은 차라리 정치운동가에 가깝다.
최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과 구청장, 시의회를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내가 인수위에 참여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가 대변하겠다는 ‘시민사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 ‘시민사회’가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이 서울시를 장악하게 만들어준 시민’이 아니고,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에 상주하다시피하면서 반미를 외치고 맥아더동상에 오물을 끼얹으며 미군 철수를 외치는 그 ‘시민’을 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씨는 “내가 오(세훈) 변호사에게 정치를 권유했다” “귤을 심으면 대부분 탱자가 되는데 오 당선자는 아직 귤 맛이 난다”며 당선자와의 사연(私緣)도 감추지 않았다. ‘공(公)보다 사(私)가 앞선 인선’이라는 뒷말이 나오게도 생겼다.
오 당선자에겐 이런 논란들이 길게 보면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으면 된다. ‘45세 오세훈 서울시장’의 성공 여부에 당선자 개인뿐 아니라 그가 대표하게 된 이 나라 소장정치세력의 앞날까지 달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