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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인 결과라 불릴 만큼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5·31지방선거가 오히려 '한나라당이 패배한 선거'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있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선거 리더십'을 재확인시키며 박 대표의 차기대권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린 5·31선거결과를 한꺼풀 벗겨보면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닌 패배라고 주장했다.
공 의원은 13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한나라당은 없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형적이라 할만한 이번 선거결과는 내년 대선에서 도리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며 "내년 대선과 연계해서 보면 이번 선거에서 우리 한나라당은 패배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공 의원은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한나라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영남지역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결과를 들었다. 그는 "경남에서 열린우리당에 기초단체장 두곳을 내준 것이 대표적"이라며 "열린당으로서는 영남지역에 내년 대선 교두보를 구축했다는 측면에서 대단한 성공인 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내년 대선 전선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패배라고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당의 텃밭으로 인식되어온 영남지역의 경우 경북 기초단체장 23곳 중 4곳, 경남 20곳 중 6곳을 열린당이나 무소속에 내주고 말았고 2002년에는 경북에서 21곳, 경남에서 16곳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19곳, 14곳으로 각각 2곳이 줄어들었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또 "광역의원 역시 각각 50석중 3석, 48석 중 4석을 내주고 말았고 경남에서는 2002년 1석을 내주었던 것에 비춰볼 때 패배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 의원은 이어 "정당투표라 할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을 살펴보면 부산은 2002년 71.7%에서 65.7%로 6%, 울산은 60.2%에서 58.5%로 1.7%, 경남 역시 74.5%에서 63.8%로 무려 11%가까이 득표율이 떨어지고 말았다"며 "경북은 가까스로 74.9%로 2002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적으로 볼 때도 2002년 지방선거에 비해 불과 1.7% 오른 53.8%의 득표율을 올린 데 그쳤다"며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탄핵열풍, 묻지마 투표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를 얻은 것에 대해 철저한 원인분석과 함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 의원은 또 "내년 대선에 있어 군으로 말하면 소대장이라 할 만한 기초의원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당 지도부의 전략부재로 인해 기초의원의 상당수를 잃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역의원의 경우 565명의 후보 중 519명이 당선돼 당선률 91.8%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지만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1944명 중 1401명이 당선돼 당선률 72%에 그쳤다"며 "4분의 1 이상이 낙선한 것으로 이는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될 기초의원 중선거구제를 아무런 대책없이 받아들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의 버팀목이라 할만한 영남권에서 비상등이 켜졌다고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공 의원은 2002년 지방선거 결과에 비해 호남 득표율이 하락한 것 역시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한나라당의 압승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호남의 벽'이 우리 한나라당에게 여전히 높고도 두렵다는 사실"이라며 "호남지역 선거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의 갈 길은 너무도 험난함을 잘 알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광주, 전남, 전북이 각각 8.5%, 7.4%, 9.7%였다. 그런데 이번 5·31지방선거에서는 각각 4.7%, 5.6%, 7.7%로 3.8%, 1.8%, 2%씩 줄어들었다"며 "아직도 호남은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내년 대선을 위해 한나라당은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혁신의 자세를 가져야 하고 이번 선거결과에서 나타난 열린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철저하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노 정권과 열린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 결과를 한나라당의 승리로 곡해(曲解)하고 마냥 들떠 있어선 안될 것이다. 2002년 지방선거 승리 후 대선패배라는 뼈아픈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