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경력이 (겨우 이명박 시장 대리인 노릇 하는 것) 밖에 안되나"
    "6개월 동안 정말 진심으로 당 대표(박근혜 대표)를 위하는게 당을 위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철학에 변함이 없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당선 직후 서울시장 직무인수위원장을 맡으며 당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친(親)이명박계 인사로 불리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이 같이 말했다.

    7월 당권도전이 확실시되는 이 원내대표는 1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자신이 이 시장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데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원내대표는 현재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들 중 이 시장과 친분이 가장 두터운 인사다. 때문에 당내에선 이 원내대표의 출마를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이 시장이 당권장악을 위해 이 원내대표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것이란 의혹의 시선이 강하다.

    이 원내대표 본인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소속 의원들은 이미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소장파를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의 경우 박근혜-이명박 두 대권후보의 대리전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보겠다며 '독자세력화'를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 대표 출마를 준비중인 이 원내대표도 부담을 느낀 모습이다. 반(反)박근혜 인사이며 동시에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이재오 의원은 지난 1월 원내대표 당선때 부터 줄 곳 박 대표와 현안마다 마찰을 빚고 대권을 준비하는 박 대표를 견제할 것이란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원내대표는 박 대표와 큰 마찰 없이 호흡을 맞춰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찰떡궁합"이라고도 말한다.

    이 원내대표는 6개월 간 반박(反朴) 혹은 친이(親李) 그룹이란 기존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상당히 애쓴 모습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그 같은 자신의 노력을 대변이라도 하듯 이 원내대표는 "전당대회를 대리전이라고 하는데 (제가)대한민국을 대리하고 한나라당을 대리하는 것이라면 맞다. (대선이)1년 반이나 남았는데 누구를 대리하겠느냐. 만약 (전당대회에)출마한다면 한나라당을 대리하지 특정인을 대리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 민주화 운동 같이 했던 동지들은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고 하는데 내가 누구 대리인이나 할 나이냐. 내가 그런 경력 밖에 안되냐"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나로선 참을 수 없는 수모"라고 불만을 쏟았다. 이 원내대표는 이 시장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이 시장의 대리인으로 불리는데 대해 "참을 수 없는 수모"라고 까지 말했고 자신을 이 시장의 대리인으로 분류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기사가 재미있을는지는 모르지만"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서울시장 경선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이 시장이 기존의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원내대표와 함께 대표적인 친이명박계 인사로 불리는 홍준표 의원의 경우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섭섭하다"는 속내를 드러냈고 당 일각에선 이 시장이 자신의 차기 대권을 위해 소속 의원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 

    때문에 이 시장이 이 원내대표와도 거리를 둘 것이란 관측도 자연스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을 이 시장의 대리인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 이 원내대표는 반면 박 대표와는 정치권과 언론의 여러 의혹에도 불구 호흡이 잘 맞았고 그렇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음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6개월을 정말로 진심으로 당 대표를 위하는 게 당을 위하는 것이고 그것이 당을 안심시키는 것이란 철학에 변함이 없었다"며 "(언론에선)6개월 동안 (박 대표와) 잘 지내는 것이 '복심'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본심을 드러내고 (당) 대표하려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억울함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