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 전교조 교사 3명이 지난달 25일부터 삭발한 채 교단에 서고 있다. 그 사연을 들어보면 기가 막히다.

    이 학교는 4월 15일부터 전체 학생을 시간대별로 나눠 새로 지은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했다. 예전 교실 급식 때와 달리 줄을 세워 배식하다 보니 12시50분부터 1시40분까지의 50분으론 점심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4월 24일 교사 투표를 통해 수업시작 시간을 9시에서 8시40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수업을 20분 일찍 시작하고 대신 점심시간을 60분으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투표에선 찬성 51표, 반대 12표, 무효 5표가 나왔다. 수업 시작을 앞당기는 것은 1학년 학생회가 설문조사를 통해 70% 가까운 찬성으로 학교측에 제안한 것이기도 하다. 학부모들도 다수가 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삭발 교사들은 수업시작 시간을 20분 앞당기기로 교사투표에서 결정되자 이에 반발, 항의 표시로 머리털을 밀어버리고 수업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삭발 교사들은 “4교시에 절반, 기존 점심시간에 절반 학생에게 점심을 먹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교장이 일방적으로 수업시작 시간 변경안을 투표에 부쳤다”고 말하고 있다. 이 교사들은 교사식당에 ‘학교장 명령은 부당노동 행위’라는 대자보도 붙였다고 한다.

    삭발한 교사들도 수업시간엔 ‘다수결로 내린 결정은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가르쳐왔을 것이다. 교실에선 그렇게 가르친 선생님들이 머리 깎고 다수결을 억지로 뒤집으려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수업을 20분 일찍 시작하면 아침 출근을 서둘러야 하는 교사들이 약간은 불편해지겠지만 그게 학생들 앞에서 머리를 밀어버리며 결사적으로 항의할 사안이 되는 것일까. 정상인의 상식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보통 사람들의 정상적 상식으로선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 나라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