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모 대표인 노혜경씨가 20일 벌어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테러사건에 대해 "굳이 사회적 의미를 부여한다면 박정희를 증오하는 어떤 사람들이 저지른 일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노씨는 21일 새벽 노사모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사회부적응자나 어떤 사적 불만을 아무 데나 표출하고 싶은 사람의 소행일 수도 있지만, 굳이 박 대표를 표적으로 삼은 것에는 아무래도 사회적 의미가 있게 마련"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치적 배후 논란에 대해 그는 "한나라당에서는 정치적 음모설을  흘리고 싶어하는 모양이지만, 대한민국 정당들이 그 정도로 우매하진 않다"며 "한나라당이라도 그런 짓을 하지 않을 터인데 하물며 열린우리당이야 말할 것도 없다"고 강변했다. 노씨는 또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도 경찰은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하고 언론은 선정주의를 극복해야한다"고 말했다.

    노씨는 수술회복을 위해 입원중인 박 대표를 향해 독설과 함께 이번 테러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박근혜라는 기호는 도무지 21세기의 것이 아니며 박정희의 악몽과 겹쳐 있는 구시대의 살아있는 유령"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증오와 미움도 박정희 시대의 국가테러처럼, 칼을 휘둘러 얼굴을 난자해야 하는 그런 방식으로 표출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당시 시대에 대한) 극복을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노씨는 "비록 박정희의 딸이라도 그녀가 테러의 대상이 된다는 건 우리 사회가 박정희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노씨는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기도 했다. 노씨는 "노무현을 뽑아 우리가 이루고 싶었던 것이 증오의 재생산을 끊어버리는 것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다시 극우적 광풍으로 빠져들어갈지도 모를 대구·경북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참 슬프고 괴롭다"고 했다.

    노씨는 글 말미에 자신들은 '사랑'이라는 기호로 뭉친 사람들이라며 어떤 폭력도 배제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박 대표의 빠른 쾌유를 함께 빌어드리자"고 회원들에게 말했다.

    다음은 노씨가 노사모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박근혜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나쁜 것입니다.

    서울로 오는 기차를 타기 위해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날아온 문자는 놀라운 소식을 담고 있었습니다. 박근혜씨 칼에 찔렸답니다. 여늬님이 보내주신 문자였습니다.

    정말 놀랍고 황망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이라도 보자고 부산역으로 불러낸 친구와 말 한 마디 제대로 못나눠보고 텔리비전 뉴스만 보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몸은 천근만근으로 무겁지만, 가슴이 쓰려 잠들지 못하겠네요.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사건에 굳이 사회적 의미를 부여한다면 박정희를 중오하는 어떤 사람들이 저지른 일일 것이라 유추해 봅니다. 물론 사회부적응자나 어떤 사적 불만을 아무 데나 표출하고 싶은 사람의 소행일 수도 있습니다만, 굳이 박근혜씨를 표적으로 삼은 것에는 아무래도 사회적 의미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한나라당에서는 정치적 음모설을  흘리고 싶어하는 모양입니다만, 대한민국 정당들이 그 정도로 우매하진 않지요. 한나라당이라도 그런 짓을 하지 않을 터인데 하물며 우리당이야 말할 것도 없죠. 다만, 극우에 맞선 극우, 파쇼에 맞선 파쇼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확인사살과도 같은 사건이 정말 끔찍합니다.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도 경찰은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하고 언론은 선정주의를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고 큰 후유증 없이 며칠간 고생하면 나을 모양입니다만, 이번 사건을 보며 우리나라 도대체 어디 있는지를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박근혜라는 기호는 도무지 21세기의 것이 아닙니다. 박정희의 악몽과 겹쳐 있는 구시대의 살아있는 유령이지요, 그래서 그녀에 대한 증오와 미움도 박정희 시대의 국가테러처럼, 칼을 휘둘러 얼굴을 난자해야 하는 그런 방식으로 표출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미워하면서 닮는다더니, 박정희에 대한 극복이 박정희의 딸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방식이라면 차라리 극복하지 않으니만 못합니다.

    우리가 박정희를 졸업하고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이겠습니까. 국가가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에게 테러하지 않는 사회가 아닌가요? 국가폭력 대신 개인이 개인에게 테러하는 사회를 우리가 바란 것인가요?

    비록 박정희의 딸이라도 그녀가 테러의 대상이 된다는 건 우리 사회가 박정희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닙니다. 이번 칼을 휘두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사회의 그동안의 진보를 한꺼번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는 점을 깨닫고는 있을까요?

    참 슬프고 괴롭네요. 노무현을 뽑아 우리가 이루고 싶었던 것이 증오의 재생산을 끊어버리는 것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다시 극우적 광풍으로 빠져들어갈지도 모를 대구경북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노사모 회원 여러분, 우리는 [사랑]이라는 기호로 뭉친 사람들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폭력도 배제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표의 빠른 쾌유를 함께 빌어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