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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대표격인 원희룡 최고위원은 5일 5.31 지방선거 이후의 정계개편과 관련, 당내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원 최고위원은 이날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의 압승을 자신하면서 “지방선거 후 한나라당은 ‘이겼다’는 사실 자체에 도취되면 안 된다. 새는 지붕을 날이 좋을 때 고쳐야지 그냥 놔두면 또 새기 마련”이라며 “지방선거 후 한나라당은 자신을 냉철히 뒤돌아 봐야 한다”고 당내 개혁을 주장했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당이 승리하더라도 대선에서 유권자가 견제구를 날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방선거에서 이겼다고 대세론을 부추겨 당내 계보를 강조하고 수구적 분위기를 조장한다면 한나라당은 더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지방선거 승리를) 당내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써야만 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나라당은 고질적인 부분을 스스로 고치는 힘이 미약하다. 그런 점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졌고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라며 “국민이 새롭게 열망하는 방향과 내용에 대한 준비를 통해 그런 부분을 극복해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원 최고위원은 “오 후보의 서울시장 당내 경선 통과는 의미 있는 일대 사건이다. 우리네 정치문화 속에서 당 기반이 없는 인물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혁명과 다름없는 일”이라며 “정치권은 ‘후보 오세훈’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 마음을 읽어서 그런 마음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장파가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이를 세력화한 뒤 7월에 있을 당 대표 선출을 통해 궁극적으로 대선까지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아직까지 당내 역학관계가 그런 구도로 움직여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다. 사실 그런 의미부여까지 하면서 오 후보를 끌어낸 것”이라고 전당대회에 임하는 소장파의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큰 목표는 중도개혁의 깃발 아래 외연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며 “중도개혁파의 입지가 지금은 약하지만 본인의 정치철학이 무엇인지 한나라당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논의하다보면 윤곽이 드러나고 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자기 철학 속에서 당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확고함이 있는 의원들이 10~20명 정도 된다”면서 “기존 세력들은 이해관계와 노선들 때문에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마음에 과녁을 맞춘다는 게 힘들다. 우리가 중심을 잡고 그런 부분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소장파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런 공감대가 다음 대선에서의 승리라는 이해관계에 따라 결합할 수도 있고 이해관계는 좀 다르지만 인맥관계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연대의 폭을 넓히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당 대표, 최고위원 등을 통해 내용을 대표할 수 있는 위치를 잡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전망을 밝혔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를) 당을 깰 수 있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으나 수직적 소속감에 익숙한 한나라당은 당을 만들고 깨는 것에 익숙치 않다”며 “열린우리당 발 정계개편이 있을 때 한나라당이 비슷한 정치동력에 의해 스스로를 깬다는 것은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원 최고위원은 아울러 열린당 분열시 소장파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한나라당 개혁파는 전통 중에서 살릴 것은 살려가며 당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다 말고 나가고 모였다 헤어지는 곳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합류할 사람들은 이미 다 갔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당내 분열에 대해서도 “120명의 의원 중 10명이 떨어져나간다고 해서 당이 쪼개지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의미있게 쪼개지려면 유력한 대선주자와 노선을 달리하는 세력들이 형성된 뒤 공간 확보를 위해 서로 싸우다 쪼개져야 하는데 그런 변화의 동력이 있는 집단이냐”고 분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그는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고건 전 국무총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우선 손지사에 대해 “한나라당에 필요한 컬러이자 대표성을 띠고 있는 저평가 된 우량주”라면서 “손지사의 지지율이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가야 한다. 그가 갖고 있는 비중에 비해 현재 지지율도 그렇고 당내 역학관계에서의 힘이 미약한데 힘을 키우고 자신의 컬러를 좀 더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고 전 총리에 대해 “국민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이해하나 대통령이 행정능력과 조정능력으로 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에는 수백명의 대권후보가 있다. 행정의 달인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도자의 최후의 결정은 행정능력이나 조정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으로 하는 것”이라며 “정치철학적인 면이 없는 무색무취한 기능가로 시대를 초월해 살아온, 나머지 철학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의 철학을 펴온 점을 볼 때 과연 그의 철학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노 대통령은 철학이 많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좋은 것은 다 하고 싶은 나머지 서로 상충된 것들을 동시에 다 하고자 하는 등 욕심이 많다”며 “철학이 많다기보다 철학 한 구석에 세계에 대한 박탈감, 피해의식이 들어있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철학 과잉보다 피해의식의 과잉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