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목숨 걸고 뭐든 치열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한나라당)는 너무 한가하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지난 25일 당 소속 124명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5.31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당에 쓴소리를 해 눈길을 끌었다.

    경남지역 20개 시 군 가운데 유일하게 경남도당 공천심사위에서 공천자를 확정하지 못해 진주시장 공천확정 여부를 놓고 내홍을 겪으며 같은 당 김재경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던 최 의원은 “(공천심사의) 내 기준은 대선이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내가 취재한 바로는 열린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력으로 이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그러면서도 ‘한나라당 애써 당선시켜라 우리도 생각이 있다’고 느긋해 하고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는 열린당의 정치공세가 대선을 앞두고 더욱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열린당은) 결정적인 시점에 단체장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한나라당을 부패한 지방권력의 몸통으로 몰면서 대선까지 간다고 한다. 정동영 의장이 부패한 지방권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데 실제 노림은 내년이라는 것”이라며 “차떼기당이라는 말에서 보듯 ‘부패는 한나라당의 원죄’로 몰아붙일 것이고 공격하는 만큼 효과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열린당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 지역 단체장을 빼갈 것이라며 ‘영남=한나라당 표밭’이라는 자만심에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는“옛날에는 영남에서 한나라당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탈당이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50% 가까이 열린당 표가 나온다”며 “과거 탈당이 정치적으로 자살을 결심할 정도였다면 지금은 가벼운 약 복용하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은 매사 당헌·당규인데 선거에서 지면 휴지조각”이라며 “정당은 선거하기 위한 조직이고 당헌은 거기서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대선 국면에서 권력의 위협에 맞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며 “약점 있는 사람, 약점 잡힐 위험성이 1%라도 있는 사람, 탈당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원천배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천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최 의원은 “공천 후유증이란 겨울이 추운 것처럼 당연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권위주의 시절, 한나라당이 힘이 강할 때는 아무리 억울해도 갈 곳이 없어 멍든 가슴을 혼자 어루만지며 당에 남던 시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다르다. 민주화가 됐고 과거 한나라당이 아니다”면서 “간단하게 떠나고 비웃고 적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천은 끝이 아니고 지방선거 본선과 대선이 남아있는데 공천후유증이 대선국면에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