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5일자에 실린 사설 'KBS, 편파 선거방송 날개 달았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KBS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체 ‘선거방송 준칙’을 고치면서 ‘후보자 출연 제한’ 조항을 없앴다. 2004년 총선 때까지 있었던 후보 출연 제한조항을 지난 1일부터 적용되는 준칙에서 빼버린 것이다. KBS의 시사·교양프로 ‘시사 투나잇’은 사내 준칙이 바뀐 지 며칠도 안 된 지난 7일 4분 50초 동안 서울시장 여당후보 1순위인 강금실 前전 법무장관의 인터뷰와 영상을 포함한 ‘강금실 변수’를 내보냈다. KBS는 이 프로로 시청자들에게 서울시장 후보로서 강 전 장관의 인상을 확실하게 심어줬다.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규정’ 20조는 ‘선거 90일 전부터 보도·토론 방송 외에는 후보를 출연시키거나 음성·영상 등 실질적 출연효과를 줘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KBS는 방송위의 규정에 있는 후보 출연 제한 조항을 없앤 것에 대해 “상위 방송위 규정에 있는 걸 회사 내부의 방송 준칙에까지 넣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가 이 조항이 사라지자마자 ‘시사 투나잇’ 프로에 여당 후보 1순위라는 강금실 변수를 내보낸 것은 KBS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분명히 설명해준다.

    사실은 KBS만이 아니라 방송위한테도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게 아니냐는 조짐은 전부터 있었다. 방송위 선거방송심의위는 얼마 전 후보 출연 제한을 받지 않는 보도방송 범위를 ‘시사 속보나 해설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까지 확대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방송사가 보도성이 있다는 걸 내세워 아침 주부대상 방송부터 심야 프로까지 각종 시사·교양 방송에 후보자를 출연시킬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방송을 선거에 동원할 문을 활짝 열어준 셈이다. ‘시사프로그램’에 후보자 출연을 허용하면 ‘보도 뉴스’에서 각 후보에게 초 단위까지 시간을 배분해 균형을 맞추라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각종 ‘시사프로’에 출연한 후보자들만 유권자에게 얼굴을 알리는 ‘특혜’를 독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KBS는 MBC와 함께 탄핵방송 때 한국언론학회로부터 “파괴적인 극단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방송위는 자신들이 의뢰했던 그 언론학회 보고서를 자기들 손으로 팽개쳐 버렸다. 그런 방송위와 KBS가 선거방송 확대에 함께 손잡고 나섰으니 다가올 선거판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눈감고도 훤히 알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