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2006 지방선거 슬로건은 간단하다. 한나라당의 2006년 지방선거의 슬로건은 ‘골프정권 심판’, 지난 2002 지방선거의 슬로건이 ‘부패정권 심판’이었다면 이번 2006 지방선거의 슬로건은 골프정권 심판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2 지방선거에서 ‘부패정권 심판’이란 슬로건을 앞세우고 압승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그리 편안하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2007년에는 대선이 있다. 2002 지방선거를 편안하게 이겨놓고 대선에서 참패한 과거가 있기에 보수인들의 마음이 무거운 것이다.

    골프정권 심판, 그 이후

    지난 2002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의 슬로건을 대선까지 그대로 갖고 갔다. ‘부패정권 심판’ 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반 DJ 정서를 이용해 대권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부패정권 심판’이란 슬로건이 이미 낡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골프정권 심판’은 이번 한번이다. 이제 2007 대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딱 잡아뗄 수도 있는 전혀 새로운 반 한나라 세력과 싸워야 한다. 보수사회 주변에서는 ‘노무현 학습효과’ 때문에 대선에서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02 대선의 교훈을 망각한 발상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반 DJ정서에 의존하다 패배한 지난 2002년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 이후 전 당력을 집중해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던 유권자들을 끌어 들이는데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이야기이지만 그동안 한나라당은 정작 중요한 이 일을 제대로 못해왔다. 지금 한나라당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원래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의 입맛을 한나라당이 대권을 창출하기 위해 끌어들여야 할 사람들이 맞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대권을 창출하기 위해 끌어들여야 사람들의 입맛을 한나라당이 맞춰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대권창출을 위해 끌어들여야 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한나라당이 거리감없는 보수정당, 사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정당, 일반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정당으로 변해주는 것일게다.

    말의 이빨 수가 알고 싶으면 말의 입을 벌려 세라

    1432년 여름 영국.

    왕립 학회의 기라성같은 원로 학자들이 모여 아주 심각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논쟁의 주제는 ‘말의 이빨은 몇 개인가?’하는 것. 이미 6개월 전에 예고되었던 이 학술 세미나는 2주일이나 끌고 있었지만, 도무지 시원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백발이 성성한 저명 학자들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신약과 구약 성경 그 어느 곳에도 말의 이빨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계의 최고 권위자인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그 어떤 책에도 말의 이빨이 몇 개인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다.

    영국 왕립 도서관의 그 많은 책들을, 백발이 성성한 학자들이 두툼한 안경을 쓰고 모조리 뒤졌지만, 말의 이빨이 몇 개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실려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영국 왕립 학회 학자들은 실의에 빠졌다.

    이 학술 세미나의 마지막 날. 끝 자리의 한 젊은 학자가 일어났다. 이 젊은 학자의 이름은 팩트(Fact)였다. 기성세대 학자들은 이 젊은 학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젊은이가 뭘 안다고.'

    젊은 학자 팩트는 밖으로 나가서 왕립 학회장의 마차를 끌던 말을 끌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말의 입을 쩍 벌리고는 말의 이빨을 세기 시작했다.

    이때 곳곳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 왔다.

    “저런, 저 젊은 것이 돌았나?"

    "저렇게 세어 보는 것이 무슨 학문이야? 세어 보는 것과 말의 이빨수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저런 한심한 것!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니깐."

    기성세대 학자들은 젊은 학자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기도를 올렸다.

    "사탄의 망령이 한 젊은 학자의 맑은 영혼을 타락시켰으니 제발 구원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런 못된 방법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젊은 학자가 끌려 나간 이후 나머지 기성세대 학자들의 모두의 동의 아래 다음과 같은 선언이 나오고 학술 세미나는 끝났다.

    “말의 이빨 수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거니와, 미래에도. 말의 이빨이 몇 개인지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이것은 신만이 알 수 있는 영원한 불가사의이며 인간의 한계이다.”

    베이컨의 우화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위 내용은 철학자 베이컨이 쓴 중세 유럽사회 풍자 우화이다. 위의 내용대로 중세 유럽사회는 신앙의 권위와 당시 사람들의 편견에 짓눌려 제대로 과학이 연구되지 못하던 시대였다.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할 수 없었으니 민주주의도 제대로 자랄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나는 지금 2006년의 한국 보수사회에서도 역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말의 이빨 수를 알고 싶다면 과감히 말의 입을 벌리고 이빨 수를 세어보는 것이다. 즉, 한나라당이 대권을 탈환하는 것을 원한다면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을 선택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당연히 이러저러한 이유로 한나라당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만큼 한나라당을 개선해 다시 한번 그들의 선택을 부탁하면 되는 일이다.

    베이컨의 우화에서 나이 든 학자들은 결국 ‘말의 이빨 수는 신만이 아시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이대로 가다 2007년 대선 선거전에서 보수진영이 또다시 밀리기 시작하면 ‘보수가 정권을 찾아올 시점은 신만이 아시는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러나 보수가 승리할 때는 신만이 아시는 것이 아니고 우리 1000만 보수인이 모두 당당히 나서서 보수성향이 아닌 이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때이다.

    이제 우리 모두 일어나 말의 이빨을 벌리고 이빨의 숫자를 세어보자. 다시 말하면 우리는 지금 100만표가 필요하다. 주변의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 서로 대화를 하면서 100만표를 만들고 100만표 만들기를 위해 애쓰는 보수 언론에 지갑을 열어 후원을 하자.

    ‘골프정권 심판’이라는 슬로건의 유효기간은 이번 지방선거 때까지다. 이제 다음 대선은 우리가 나서서 100만 표를 벌어야 한다. 아마 우리 보수인들이 100만표를 벌어서 대권을 찾아오면 이해찬 총리는 다시는 골프를 하지 못할 것이다. ‘지고는 못 사는’ 이 총리의 성격에 골프 따위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완전한 의미의 ‘골프정권 심판’은 그래서 대권을 찾아와야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