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수도권 중심 사회가 된 탓에 수도권 외 지역의 정치 이야기는 대중의 관심을 잘 끌지 못한다. 그렇지만 수도권 외 지역의 정치나 행정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국이란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도와가면서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 한마디로 한국이란 나라가 하나의 배라면 수많은 지자체들은 선원들인 셈이다. 배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선원들이 합심해서 노력해야 하듯 한국이란 나라와 지자체들의 관계도 배와 선원들의 관계와 같다는 것이다.

    마침 배와 선원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배와 선원, 바다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부산광역시장 선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부산광역시장 한나라당 예비 경선 주자는 권철현 의원과 허남식 현 부산광역시장이다. 물론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오거돈 장관이나 박종웅 전 의원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원체 강한 부산시의 사정을 고려할 때 예선이 곧 본선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산시장 선거는 한나라당 예선이 곧 본선

    경기지사 같은 경우에는 호남 유권자들이 많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지만 부산 같은 경우는 다르다. 부산은 앞서 말한대로 원체 한나라당 세가 강한데다 지방선거의 특징이 젊은이들의 투표율은 낮고 기성세대들의 투표율은 높은 관계로 한나라당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지역구 의원들도 한나라당이 워낙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면 이제는 권철현 의원과 허남식 시장의 온라인 웹사이트와 선거전략 안팎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더 해보도록 하자. 대략 부산시장 선거판세를 보면 허남식 시장(이하 허씨)이 약간 앞서가고 있고 권철현 의원(이하 권씨)이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부산일보 박찬주 기자의 3일자 기사를 보면 권철현 의원 측은 자신들의 조사에서 4%~7%차이까지 따라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권 의원 측 주장에 따르면 거의 오차범위 근처로 따라잡은 셈이다. 하지만 물론 이것은 권철현 의원 측 주장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자.

    그러나 이번에는 2월 17일자 뉴스메이커 기사에 인용된 조선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허씨는 31.8%를 얻어 7.1%의 지지율을 기록한 권씨를 가볍게 제쳤다. 한마디로 ‘현역 프리미엄’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조사 결과도 벌써 20일 전의 조사 결과 임을 염두에 두자. 그렇다면 적어도 현재는 권씨와 허씨의 지지율 격차가 어느 정도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래도 허씨가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단기간에 전세를 뒤집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허씨가 권씨를 앞서가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권씨가 허씨를 따라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허씨가 권씨를 앞서 가는 이유

    허씨가 권씨를 앞서 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현역 프리미엄

    ② 권씨의 인상이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못 준다

    ③ 권씨가 강렬한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현역 프리미엄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선 대중들이 비교적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권씨가 허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권씨 스스로가 발로 많이 뛰는 것도 중요하나 권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사모의 대활약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권씨는 인상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 권씨는 사진을 보면 눈이 안 보인다. 눈이 작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 두툼한 살까지 더 해서 둔해 보이고 답답해 보인다.

    권씨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경제토론회 제안과 함께 경제부시장직 신설을 핵심 메시지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좋은 제안이다. 나는 이런 일련의 노력들이 권씨와 허씨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경제부시장직 신설이나 경제토론회 외에 좀 더 민생 현안과 관련된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당장 많은 이들이 부산의 쇠퇴를 걱정한다. 400만 인구가 360만으로 줄어 들었다고 한다. 지금 당장 부산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빈곤층 구제와 경제활력 살리기가 아닐까. 이것을 하자면 토론회보다는 국가기관을 더 부산으로 끌어 온다든지, 부산 주변에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킨다든지, 빈곤층 구제를 위해 정부 예산을 얼마를 더 끌어온다든지 하는 이슈를 제기한다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빵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부산의 경우 문화예술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행사가 더 많이 생기면 좋을 것이다. 이런 점은 부산의 관광수입을 높이는데에도 크게 일조한다. 이런 점을 이슈로 삼으려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권씨 홈페이지 문제점

    이제는 권씨 홈페이지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권씨 홈페이지는 산뜻하기는 하지만 권씨 사진이 너무 상투적이다. 넥타이 매고 금테안 경 낀 모습이 그닥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권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끼룩끼룩’하는 갈매기 소리가 나도록 했다면 더 흥미를 유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 문화예술 간접자본 이야기를 했지만 권씨는 부산의 ‘용두산공원’을 한류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런 점은 그냥 그 약속을 클릭하면 바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신 부산 대 개조론 게시판으로 들어가야 구체적인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점은 조속히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씨의 주요 공약들은 부산에 대형 테마파크 등 국제오락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것과 함께 부산 UN묘지를 대폭 새단장하고 경제부시장 직을 신설해 경제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주된 핵심이다. 일단 내놓은 약속은 화려하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것인지 적어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나온 내용만 갖고는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문제는 국제오락시설이나 부산 UN묘지 새단장, 경제부시장 직 신설이 구체적으로 부산 민생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설명할 필요도 있다. 간혹 농촌에 골프장이 생기면 지역 주민들은 혹시라도 지역경제에 이득이 생기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골프장에 온 부유층들은 골프장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차를 타고 도시로 떠나 버린다.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공약을 늘어놓아도 정작 부산시민들에게 어떤 이득이 생긴다는 것인지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또 한 가지 어색한 점을 지적하면 권씨 홈페이지의 주요 슬로건은 ‘부산발전의 신형엔진’이다. 그런데 권씨가 이미 익히 알려진 정치인이기 때문에 ‘신형엔진’처럼 보이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인, 민생과 상당한 관계가 있어 보이는 문구로 교체하는 것이 나을 법하다. 홍준표 의원의 아파트 반값 공약 같은 것을 고민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