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어도 허씨는 권씨보다 현재의 인상으로 볼 때는 낫다. 살 때문에 좀 답답해 보이는 권씨보다 소탈해 보이고 서민적으로 보인다. 굵은 입 주변의 팔자 주름은 노 대통령의 이마에 박힌 주름처럼 정감이 간다. 그리고 허씨 홈페이지에 있는 ‘가족연가’역시 좋은 생각이다. 딱딱한 정치 홈페이지에 가족 간의 정이 담긴 이야기들이 나와 있으니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 진다. 허남식 시장 소개도 재미있게 작성되어 있다.

    그러나 허씨도 약점은 있다. 2005년 9월 23일자 오마이뉴스 박형숙 기자의 기사를 보자.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혁신역량 진단’이란 자료를 보면 각 지자체 리더십 점수가 나오는데 허씨는 최하위로 처져 있다. 이 자료는 행자부가 한국능률협회에 의뢰해 나온 것이라고 한다. 최상위는 충북 이원종 지사로 88.5점인 반면 최하위 허씨는 66.5점이다.

    이번에는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자. 16개 시-도 지방자치 주민평가를 보면 부산은 허씨에 대한 업무평가는 8위로 평균수준이었고 10년 평가와 거주 만족도는 10위권 밖에 있었다. 한마디로 하위권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아직 허씨 홈페이지에는 빈칸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부산’, ‘아침편지’, ‘DMB상황실’가운데 일부 등이 아직 비어 있는 상태다. 조속한 시일 안으로 자료를 채워 넣어야 할 것이다.

    또한 ‘7대 프로젝트’에 나와 있는 표현들이 일반 유권자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 표현을 좀 더 쉬운 말로 하고,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허씨 홈페이지의 자료에서도 이런 아쉬움이 느껴지는데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대형 공약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이명박 서울시장 같은 경우에는 시장 선거전 당시 청계천 복원을 대형 이슈로 삼았고 최근 얼마 전에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 건설을 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대형 이슈를 내놓는 것이 선거전에서는 필요한데 전반적으로 한나라당 후보들을 보면 한강 관련 이슈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형 이슈를 잘 내놓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 해양 개발

    부산은 바다의 도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뻗어나갈 길은 바다 뿐이다. 물론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나갈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진취적으로 바다를 향해 나가야 번영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바다를 주름잡았을 때 비교적 번영했지만 바다를 주름잡지 못했을 때는 어려움에 허덕였다.

    고구려-백제-신라가 번창할 때 우리 민족은 동북아 최대의 해양 강국이었다. 통일신라 시대에도 청해진이 번창할 때 통일신라의 국세가 아시아 전역으로 떨쳐졌다. 고려의 발전과정에서도 해양력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조선시대 우리는 바다를 잊고 살다 임진왜란의 참화를 맛보았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이 혜성처럼 등장해 한민족을 구해냈다.

    임진왜란 이후 우리는 바다 건너편의 새로운 세상을 잊고 살다가 결국 일본에 의해 나라를 잃었다. 역설적으로 임진왜란에서 패배한 일본은 해양강국이 되었고 피해를 많이 입었지만 결국 승리한 우리는 오히려 해양 약소국으로 오그라들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한국이 세계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번영한 지금 우리 조선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조선산업이 번창해 준 덕택에 전자산업이나 기계산업, 철강산업과 같은 관련산업이 번창하고 그로 인해 엄청난 고용이 창출되고 있다.

    원래 바다는 엄청난 자원의 보고이다. 세계 선진 각국이 바다를 연구하고 바다를 조금이라도 더 장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물론 바다를 제압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므로 세계 각국이 해군력을 잘 가꾸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편 한나라당 부산시장 경선의 권씨-허씨 두 주자들 사이에 최근 이런 저런 잡음이 들린다. 언제나 선거전에서 늘 있을 수 있는 상호비방과 그에 따르는 감정싸움이다. 한나라당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에게 권고하고 싶은 말은 예비후보들 끼리 싸우다 자멸해 버리는 어리석은 일을 범하지 말란 것이다.

    권씨-허씨, 자신있는 자는 말이 적다

    빈 수레가 요란하고 자신있는 자는 말이 적다. 선거전도 마찬가지다. 권씨도 허씨도 당당하다면 상대가 비난을 해도 못 들은 것으로 생각하라. 이는 한나라당 다른 예비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지면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거만함을 비난하며 선거에 참여하러 나오지 않을 것이다. 기성세대의 투표율이 떨어지면 한나라당으로서도 득될 것이 없다.

    정리하면 나는 권씨도 허씨도, 해양과 관련된, 그리고 부산시민의 민생과 관련된 새로운 이슈를 터뜨려 주길 바란다. 바다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연구하는 거대한 대학도, 연구소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해양산업과 관련된 산업단지도 조성되어야 하며 날로 어려워지는 어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제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장 부산을 국제도시로 만든다고 하면 김해공항을 더욱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경쟁자인 중국 상해항이나 일본의 고베항과 비교해 부산항이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 부산과 국내 다른 지역을 잇는 도로망은 충분한 것일까? 그리고 부산과 북한을 잇는 정기항로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부산과 금강산을 잇는 관광 유람선 코스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부산을 관광하고 금강산 구경을 할 수 있다면 많은 일본인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많은 점들을 생각하면 권씨와 허씨를 서로를 비난할 틈이 없다. 지금은 서로 반목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부산 발전을 위해 서로 손을 잡아야 할 두 사람이다. 권씨와 허씨, 두 사람이 부산 앞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결국 권씨와 허씨 모두 부산시장이 아닌 부산 앞 바다처럼 넓고 큰 또 다른 목표를 갖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그 목표를 이루길 바란다. 그런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으려면 먼저 그들의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