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고건 전 국무총리의 행보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그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과연 무엇인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5.31 지방선거에 고 전 총리의 지원을 기대하는 정파는 다양하지만, 정작 고 전 총리는 지방선거에는 참여할 뜻이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 전 총리 진영은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앞서 '새시대 정치연합 결성' 등 다양한 방식의 '방법론'을 두고 검토중이며, 고 전 총리의  '싱크탱크'격인 '미래와 경제'는 내달 13일 창립대회를 갖고 외연확대에 들어간다.

    '주파수'맞추는 고건, 열린당 '러브콜' 본격화 될 듯

    고 전 총리는 최근 자신의 강연회에 참석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에게 '우리는 주파수가 맞다'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진 데 이어 19일에는 정동영 신임당의장의 회동제안을 수락했다. 이에 앞선 18일에는 열린당 당의장 선거에 참여한 모든 후보에게 일일이 축전을 보내 축하와 위로를 전해, 그동안 여당의 경선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온 '지방선거 연대론'에 대해 고 전 총리가 우회적인 화답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특히 5월 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시점에서 '반한나라당 대연합'을 주창해온 정 의장과의 양자회동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연대론' 논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고 전 총리의 핵심 관계자는 "19일 오후 정 의장이 전화를 걸어와 고 전 총리가 보낸 축전에 감사하다며 직접 찾아만나고 싶다고 말했고, 고 전 총리는 일주일내 만나자고 답했다"고 밝히며, "이날 식사도 하고 당면 현안에 대해 협의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의장은 당의장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10년 지방정권을 심판하는데, 힘에 좀 부친다"며 "고 전 총리와 협력할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이미 공개적인 '지원요청'을 한 바 있다. 고 전 총리는 정 의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의장에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새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민생을 보살피고, 희망의 정치를 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건발 정계개편' 지방선거 이후 움직일 것" 우세

    여론조사 1위를 달려온 고 전 총리의 향후 행보를 두고 정치권은 '고건-민주당-국민중심당의 3자연대론' '고건신당으로 독자정치세력화' '특정정당 입당'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하든 결국에는 반한나라정서를 기반으로하는 '범 중도세력'의 대표성을 띠고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시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고 전 총리가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 고심 중인데다 고 전 총리 진영에서도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는 한나라당의 강세가 점쳐지는 이번 지방선거에 성급히 나설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신중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신중식 의원은 "민주당 혹은 국민중심당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고 전 총리의 생각"이라며 "결국 지방선거 후 본격 추진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원칙적으로 지방선거에 관여치않겠다'고 밝힌 고 전 총리의 말과 상통한다. 신 의원의 말은 고 전 총리를 축으로 여야를 아우른 '새로운 정계개편'을 통한 신당쪽에 의미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지난 16일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고 전 총리는, "(이번 지방선서에서) 민주당이 취약한  수도권과 전북지역 출마자를 지원해달라"는 한 대표의 요청에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이뤄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