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의 외연확대를 통해 2007년 정권탈환의 초석이 되겠다며 출범한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의 활동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는 모양새다. 당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인 김형오 의원은 9일 위원장직 사퇴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너무 많은 총알을 맞았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전체적인 상황을 봤을 때 내가 해야 할 일이 마감됐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이 위원장직을 사퇴함으로써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대한 외부영입 역시 사실상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서울시장감 인재 영입은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은 사퇴를 하지만 당의 인재영입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재영입활동을 총괄해 온 수장이 그만둠에 따라 영입활동 역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의 이번 사퇴엔 5·31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소속 의원들의 압박과 영입위가 추천한 164명의 기초단체장 영입 대상 전원이 당의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로부터 '퇴짜'를 맞은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영입위는 차기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대한 인재영입을 추진해왔었다. 당의 외연확대라는 측면과 영입활동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상징성이 큰 두 지역에 대한 인재영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당내에서 10여명이나 되는 두 지역 출마후보자들의 거센 반발에 가로막혔다. 일부 출마후보자들의 경우 김 의원의 개인적인 문제까지 끄집어내며 맹비난을 퍼부었고 맹형규 서울시장 예비후보자는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까지 두며 '외부영입'을 차단했다.

    또 영입위가 8일 당의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에 추천한 164명의 기초단체장 영입대상 전원이 당 지도부로부터 '전원무효'판정을 받은 점도 김 의원의 사퇴이유로 꼽히고 있다. 영입위 간사인 박재완 의원은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164명의 명단과 선정기준을 보고했으나 최고위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계진 대변인은 8일 비공개 회의 브리핑을 통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인재영입위원회가 추천한 영입대상자를 논의하려 했지만 대상자들이 공천 내정자라는 등의 소문을 내서 악용하는 등 불공정 시비가 우려돼서 만장일치로 전면재검토 하기로 하고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검증을 제대로 한 것이냐"라며 영입위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9일 '외부인사 영입기준에서 65세 이상을 배제한 것을 지적하며 "지금이 고려시대도 아닌데 왜 65세이상을 배제하느냐. 나이든 사람을 '고려장'시키려고 하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공성진 의원은 9일 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를 통해 "인재영입위원회 활동이 대선승리를 목표로 두고 일정이 조정돼야 하는데 혼선만 빚고 있고 영입기준도 모호하다"며 "지도부가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영입위원장인 김 의원은 9일 오전에 열린 확대당직자회의를 통해 배경을 설명하고 인재영입 대상자들이 곧 공천자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며 사태를 수습했다. 

    김 의원은 이처럼 지방선거 출마후보자들의 비판에 이어 당 지도부의 질타까지 받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의원은 9일 한 일간지를 통해 보도된 '안철수(44)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영입설에 대해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 의장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 중으로 상당기간 동안 들어오기 힘들고 자신의 계획을 바꿀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오래 전 얘기"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