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4일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했던 자유민주연합과 국민중심당(가칭)이 각자의 길로 나서게 됐다. 통합신당 합의 때부터 '흡수통합'이냐, '신당창당 후 당대당 통합'이냐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던 이들은 결국 27일 자민련 김학원 대표의 결별선언으로 '불안한 동행'의 막을 내리게 됐다.

    통합 선언 이전부터 이어져온 양측의 지분다툼이 지금의 사태를 자초했다고 보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자민련 김 대표가 결별선언에서 심대평 충청남도지사측이 합의정신을 위배하고 자민련측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등 일방독주를 하고 있다고 따지며 다소 감정섞인 주장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별을 최종 확정한 자민련 집행위원회의 한 인사는 국민중심당을 두고 "좌파 정권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정도로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완전히 갈라선 것이므로 두말 할 필요없다"며 향후 통합가능성조차 열어놓지 않았다.

    또 현실적으로 서울 신수동 당사를 보유하고 안정된(?) 정당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는 자민련이 굳이  아직까지 지역 여론조사에서 지지부진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 국민중심당과 불확실한 모험을 진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분기 1억9000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자민련은 이인제 김낙성 의원의 탈당으로 1석 정당이 됐지만, 다음 선거 이전까지는 5000여만원 줄어든 보조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결별을 이끈 자민련 집행위원들이 충청 지역 민심과 통합신당을 바라는 지역정서를 읽지 못하고 자민련이 처한 현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내린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판세에 무관한 채 단지 '경로당'에 만족하고 있는 꼴이라는 심한 표현까지 나오기도 한다.

    이같은 비판은 자민련 내부에서도 쏟아진다. 자민련 중앙당 사무처 요원들은 27일 집행위원회 회의에 앞서 김 대표를 만나 '사무처 요원의 입장'이라는 합의파기 반대 성명을 전달하고, 통합신당 합류를 희망하기도 했다. 자민련의 한 인사는 "일부 집행위원들은 선거에 출마할 의지도 없으며 그저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라며 직접적인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 1월 17일 창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국민중심당은 자민련의 결별선언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공식 논평조차 내지않은 남충희 대변인은 "통합논의가 완전히 끝났는지는 저쪽(자민련) 내부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창당 작업은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이어 "이인제 김낙성 의원이 자민련을 탈당하고 상무위원으로 신당창당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자민련이 결별하겠다고 해서 창당작업이 영향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53일만에 '결별'로 끝맺고 각자의 길로 들어선 자민련과 국민중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충청지역 정치지형에 어떤 위치로 자리할 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