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한나라당의 시스템과 당 구조에서 40대가 당권을 잡을 수 있을까'

    여야 정치권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위기탈출의 방안으로 제시한 '40대 기수론' 바람이 점차 한나라당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뒤늦게 바람을 타기 시작한 한나라당의 40대 의원들은 '40대 당 대표, 50~60대 대권후보론'을 제시하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소장파 의원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수요모임)소속 이성권 의원은 지난 3~4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도당 청년위원회 워크숍 특별강연을 통해 '4040'론을 제시했다. 이 의원이 주장한 '4040'론은 40%대의 당 지지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40대의 당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것.

    이 의원은 "20~40대 유권자가 총유권자의 70%에 육박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에서 젊은층의 정서를 흡수할 수 있는 정당이 되려면 40대 당수가 등장해야 한다"며 "이런 변화가 이뤄져야만 40%대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대선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화 세력인 40대가 당을 이끌고 산업화 세대인 50~60대가 대권에 나서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며 거듭 '40대 역할론' 피력했다. 이 같은 논리에 대해 당내 소장파 의원들 대다수도 공감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소장파의 대표격인 남경필 의원도 모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판)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며 "한 마디로 책임질 수 있는 자리로 가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승리를 위해 중요한 것은 역시 호남과의 제휴 연대 화해"라며 "한나라당이 호남과 화해하려면 중심세력이 변하고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때문에 내년 6월경 열리는 전당대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내 비판세력을 벗어나 이젠 당의 중심세력으로 거듭날 때가 됐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홍보기획본부장인 정병국 의원도 "국민적, 시대적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으며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분위기가 그렇게 가면 가야 한다"며 "당내 대권주자들이 연륜과 경험을 갖춘 분들이기 때문에 당은 상대적으로 역동성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장파의 이 같은 주장들은 그동안 당내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소장파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개혁트렌드'를 넘어 당내에서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때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장파의 '40대 기수론'은 현 한나라당의 시스템과 당 구조에선 아직 시기상조란 주장이 좀 더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는 분위기다.

    홍준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나라당은 홍준표나 김문수가 당 대표가 되고 대권후보가 되기엔 층이 너무 두텁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당은 한나라당과 달리 한 세대가 먼저 수뇌부에 포진해 있지만 (한나라당은) 이명박, 손학규 등 6·3세대들이 포진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6·3세대들에게 전부 비켜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표도 실질적으로 이명박 세대"라며 "박 대표가 20대 중반에 이미 퍼스트레이디로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 본 만큼 세대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나라당은 아직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 당 구조와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것.

    실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의원을 제외한 3선 이상의 중진들은 내년 7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한 당권장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서 여전히 보수성향 의원들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도 '40대 기수론'을 낙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일단 소장파가 주장하는 '40대 기수론'의 성공 여부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동시에 실시되는 선출직 당직 진출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모임에선 여성위원장, 디지털위원장, 청년위원장 등 선출직 당직에 소속 의원들을 출마시키고 이들의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장파는 이번 기회가 '당의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적기'라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소장파의 움직임에 이재오 의원 등 당의 3선 중진 의원들이 "당을 깨자는 것이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40대 기수론'이 당의 '지방선거 조기과열'과 더불어 '당의 조기 세대결'을 불러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